산업

김상조 "현대重-대우조선 결합심사 '팔이 안으로 굽는식' 안돼"

뉴스1

입력 2019.03.12 11:03

수정 2019.03.12 11:0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심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공정위 제공)© 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심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공정위 제공)© 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유럽연합(EU) 경쟁총국장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집행위총국에서 양자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공정위 제공)© 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유럽연합(EU) 경쟁총국장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집행위총국에서 양자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공정위 제공)© 뉴스1

유럽출장 중 동행기자단 간담회서 현대-대우 M&A 심사 방향 설명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집행위 경쟁총국장과 양자협의회

(브뤼셀=뉴스1) 이훈철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다른 경쟁당국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유럽연합(EU) 양자협의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은 이날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어느 경쟁당국보다도 한국 공정위가 먼저 (기업결합심사에 대한)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건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세계 1, 2위 규모의 두 조선사가 하나가 되는 만큼 이번 인수합병이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수 있느냐가 심사의 중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EU 등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지난해말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현재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약 21% 정도다. 전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지만 선종별로 보면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26.5%, 대우조선이 28.7%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대형 LNG운반선의 경우 역시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두 조선사가 수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쟁당국에서도 한국 공정위의 심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른바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봐주기 심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현대-대우 합작사를) 내셔널 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해 그런 방향으로 결론내린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서 오케이 안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다른 경쟁당국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분히 다른 경쟁당국에서 큰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게 해야 한다"며 "진짜 우리만의 내셔널 챔피언 식으로 하면 그것 때문에 더 (해외 승인이)안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대-대우 인수합병이 깐깐한 EU 등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EU집행위가 독점 우려를 이유로 프랑스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의 철도사업 부문 합병을 불허한 것처럼 현대와 대우도 승인을 받기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두 사안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 정보가 없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지멘스-알스톰 사례와 조선산업은 성격이 굉장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조선산업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많지만 고속철은 사실상 하나인데 그거에 비하면 시장 획정이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제한효과와 효울성 증진효과 등을 꼼꼼히 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장 획정이 어떤지가 많은 스터디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집행위 경쟁총국장과 양자협의회를 갖고 경쟁법 집행체계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양자협의회에서 "경쟁법 집행이 우리법 개정안에서도 고민이 되겠지만 민사와 행정, 형사의 세 측면에서 집행되는데 그게 충돌되는 경우 어떻게 조화를 만드냐가 관건"이라며 "구체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독점기업의 출현에 따른 구체적인 법집행 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라이텐베르거 총국장은 국제적인 규범의 사각지대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글로벌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에 비춰볼 때 국제적인 규범의 측면에서는 규율의 빈 구석, 즉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사각지대를 메워야 하는데 경쟁법만으로 고민할 게 아니라 메니페스토에서 나온 것처럼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쟁정책과 산업정책의 리밸런싱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시대에 각국 또는 각 지역의 산업적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지켜나가고 보호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EU집행위와 양자협의회를 마친 김 위원장은 1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에 참석해 '대기업집단과 경쟁정책'이란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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