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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반복되는 보육대란, 문제의 본질을 짚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2 16:32

수정 2019.03.12 16:32

[fn논단] 반복되는 보육대란, 문제의 본질을 짚자

지난주 각급학교 개학일 전후 한국 사회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3318개 중 46%에 해당하는 1533개가 '무기한 개학연기'를 예고한 가운데 개학일을 맞이하는 바람에 원아를 둔 가정마다 임시로 맡길 곳을 찾아 난리가 났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례없는 강경방침에 유아를 볼모로 삼을 수 없는 유치원 측의 투항으로 실제 문을 닫은 유치원은 18곳에 불과했으니 큰 파국을 면하고 사태가 종결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부터 골똘히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차례다. 한국 영유아 보육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에 있어 이보다 심각한 사안이 없으니 명색이 보육전문가라는 필자가 독자 제위께 한 말씀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유치원 회계부정과 개학연기 투쟁은 일종의 데자뷔 현상을 경험하게 한다.
지난 2012년 그 어간에는 해마다 보육료 인상과 회계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집단시위가 벌어졌었다. 그전 보육대란이나 이번 한유총 사태는 똑같은 구조를 지닌다. 본질이 같기 때문에 터져나오는 양상이 비슷하다. 둘 다 급팽창하는 교육보육 수요에 맞춰 양질의 인프라를 한꺼번에 공급하기가 역부족이었던 정부가 민간의 투자를 임기응변으로 유치한 것이 그 시발이었다. 미국처럼 비용을 개별 가정에서 대는 나라가 아니라면 세계적으로 영유아 교육보육은 국공립을 위주로 하는 나라가 많고, 일본이나 독일처럼 민간시설 비중이 높은 나라도 꽤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의 민간은 종교기관이나 비영리단체협회가 운영하는 법인형태이고, 우리처럼 순수 민간 운영자가 많은 나라는 필자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법인 형태의 민간과 순수 민간 형태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민간의 시설투자를 공적자산으로 기부한 것이냐 그대로 개인소유로 둔 것이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시설 인프라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둔 채 운영은 공적인 자산인 것처럼 하는 데서 모든 분란과 불만이 발생한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은 그저 민간 운영자의 사리사욕 때문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역사의 물꼬를 되돌리는 법은 없으니 이제라도 순리에 따라 정리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향후 유치원 3법의 개정이 고비이자 제도개편을 위한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핵심쟁점은 '첫째 회계시스템 에듀파인(educatuional finance system)의 도입 여부, 둘째 설립자(이사장)와 교장의 겸임 여부, 셋째 사립유치원의 시설사용료 지급 여부'일 것으로 보인다. 세 쟁점이 모두 공립유치원과는 다른 존재조건을 가진 사립유치원의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을 제도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된다.

각설하고 사립유치원 역시 영유아교육의 주요한 한 축으로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하자면-민간(가정 포함) 어린이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설립자가 개인자본을 투자해 만든 시설의 사용료 정도는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전업, 폐원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니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갇힌 신세임을 이용해 도로 토해내게 하자는 것밖에 안된다.
앞으로 계속 현행법 규정과 학부모의 여론을 등에 업고 각종 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우격다짐으로 민간시설을 법인시설처럼 운영하게 한다면 이는 동서고금에 없는 '국민압박 통치'가 될 것이다.

이재인 서울인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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