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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공장에 전력공급이 이리 힘들어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2 16:32

수정 2019.03.12 21:40

삼성, 지중화 공사비 대기로
기업하기 난감한 환경 여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의 송전선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기 안성 원곡면 주민들이 반대하는 산간지역 1.5㎞ 구간은 송전선로를 땅 밑에 깔기로 했다. 지중화 공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를 고려해 한국전력은 먼저 2023년까지 지상 송전탑을 세워 평택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 뒤 2025년 지중화 공사가 끝나면 송전탑을 헐고 지중화 선로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중화 공사에 들어가는 추가비용 482억원은 삼성전자가 대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먼저 삼성전자와 한전, 주민대책위가 5년 갈등을 접고 합의점을 찾은 것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1공장이 있으며, 2공장은 건설 중이다. 이어 3·4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문제가 된 송전선로는 3·4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전은 2014년에 평택 고덕과 서안성을 잇는 총 23.9㎞ 구간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부 송전탑 구간이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해친다는 주민 반발에 부닥쳐 지난 5년간 옴짝달싹 못했다. 이번 합의는 오랜 교착 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다. 이런 산업, 이런 기업이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까봐 우려한 나머지 추가 지중화 공사비를 자비로 내기로 했다. 재계에서 "삼성전자가 급행료를 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12일 상생 양해각서(MOU) 체결엔 인허가권을 쥔 안성시가 빠졌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영 께름칙하다.

이달 초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LPG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공시했다. 하이닉스는 "신규공장 건설 등 생산시설 증가로 향후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급 안전성 확보가 필요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례를 보면 왜 하이닉스가 자체 발전소 건설계획을 짰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성이니까 482억원이란 거금을 내지 다른 기업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길게 봐서 이번 사례는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부작용을 부추길 수 있다.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에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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