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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결권 자문사들도 현대車 고배당에 반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2 16:32

수정 2019.03.12 16:32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에 대한 고배당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나친 고배당을 시행할 경우 미래 연구개발(R&D)이나 투자 등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 8조원대에 이르는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인데 올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이런 의견을 낸 것은 ISS가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이에 앞서 내놓은 현대차 의결권자문보고서에서 엘리엇이 낸 안건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자문보고서에서 글래스루이스는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달라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연구개발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 활동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12일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구소 측은 "엘리엇은 현대차가 과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지만, 현대차가 향후 5년간 총 4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룹 차원의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현금배당 지급 여력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실 현대차가 엘리엇의 요구대로 고배당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익은 2조4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감소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액은 작년 현대차가 기록한 영업익의 2.4배, 순익의 3.5배에 달한다. 엘리엇이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투기자본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카마겟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차산업 전반이 활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한 초(超)고배당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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