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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국가재난, 정부 대응체계 새롭게 짜야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4 17:12

수정 2019.03.14 17:12

[여의나루] 국가재난, 정부 대응체계 새롭게 짜야

3월의 첫 1주일, 잿빛 미세먼지가 전국 하늘을 뒤덮었다. 봄기운으로 설레는 때였지만 국민들은 우울하고 불안했다. 민심은 들끓었다. 정부는 어디 있느냐고. 뒤늦게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간 정쟁으로 공전하던 국회도 성난 민심에 놀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법개정을 했고, 액화천연가스(LPG) 차량 규제도 전면 폐지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이미 오래전에 인지됐고, 날로 악화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명백하고 예측 가능한 국가재난 사태에 역대 정부는 무엇을 했나. 중국의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왜 진작 하지 않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미세먼지 절감 노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나. 더구나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은 왜 이제야 허둥지둥 서두르나.

또 다른 국가재난인 일자리 위기는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6만명 늘어 개선 조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이며, 실업률은 높아졌다. 이는 정책의 영향도 크다. 지난 2년간 추진한 핵심 일자리정책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이들 정책은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지나치게 과속이었다. 또한 탄력근로 확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정책 패키지를 적기에 추진하지 못했다.

올해 세계경제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일자리 사정도 낙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의욕을 증진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처럼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재정을 투입해 노후화된 고속도로, 철도, 교량, 상하수도, 도시가스관, 안전시설 등을 보수하거나 교체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의 편익도 증진시킨다. 올해 예산 규모는 슈퍼급이지만 이런 인식은 부족하다.

국가재난 수준의 과제는 더 있다. 0%대로 떨어진 출산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서 이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았다. 그 후 역대 정부는 100조원 넘는 출산장려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내리막길이다. 따라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그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미세먼지, 일자리, 출산율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지속가능 발전을 좌우한다. 이들이 재난 수준으로 악화되면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역량을 더 투입하고 대응체계를 새롭게 짜야 한다.

전략과 정책을 바꾸면 성공의 길이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남북관계는 언제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평화와 공존의 관계로 대전환시켰다. 남북관계에서 그러했듯이 미세먼지, 일자리, 출산율 대책에서도 국가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 및 정책의 점검과 수정이 있어야 한다. 여야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기 위해 때로 경쟁하고, 때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와 여야의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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