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패트롤]

제주산 압축쓰레기 필리핀 불법수출 파문, 발단은?

제주시 쓰레기매립장 포화·소각장 처리용량 부족
제주환경운동연합 “도외 반출 8045톤 행방 묘연”  
도의회 “고형연료 생산 거짓말” 쓰레기정책 비판

제주시 봉개동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에 압축 쓰레기 뭉치들이 쌓여 있다. 2019.3.14 [연합뉴스]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제주시가 38억원을 들여 만든 고형폐기물연료(SRF·Solid Refuse Fuel) 생산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압축쓰레기만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를 분류해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겠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수분건조과정이 없어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 포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제주시는 봉개동에 있는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쓰레기 매립장 과포화와 소각로 노후화로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자, 2015년 8월 고형폐기물연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고형폐기물연료를 도내 농공단지 내 열병합발전시설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실상은 압축쓰레기만 양산할 뿐이다. 이에 제주시가 쓰레기 압축시설을 고형연료 생산시설이라며 속여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의회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림읍)은 이에 대해 “고형연료 생산시설 개요 자료를 보면 표지에는 ‘고형연료 생산시설’, 속지에는 ‘생활폐기물 압축포장시설 기계설비’라고 명시돼 있다. 제주시가 사기를 당했거나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의혹을 명확히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중간처리업자에 의해 도외로 반출된 압축쓰레기 중 일부는 필리핀에 불법 수출돼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제주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연합뉴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부터 올 1월까지 제주시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는 총 8만9270톤이며, 이 중 4만2639톤은 17개 중간처리업체에 의해 처리됐고, 나머지 4만6631톤은 매립장에 적치된 상태“라며 ”하지만 도외로 반출된 압축쓰레기 중 2만2619톤이 최종적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보조연료로 반입처리된 것으로 확인됐을 뿐, 나머지 16개 업체에서 처리한 2만20톤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처리 됐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개 업체 중 최근 문제가 된 네오그린바이오의 1만1975톤의 행방만 최근 논란을 통해 필리핀과 군산항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7개 업체 중 나머지 15개 업체가 제주도의 압축 쓰레기 8045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며 "이들 15개 업체 대부분은 폐기물처리와 고형연료를 생산하는 업체로 이번에 문제가 된 네오그린바이오의 사업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따라서 "제2의 필리핀 불법 쓰레기 반출 사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위탁업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지난 14일 "압축포장 폐기물 도외반출 과정에서 최종 처리를 철저히 확인하지 못해 제주의 청정환경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사과했다. 윤 국장은 "2003년 정상가동을 시작한 북부환경관리센터 소각장은 1일 200t의 소각 용량으로 만들어졌으나 시설 노후화와 발열량 증가로 1일 143톤 밖에 소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폐기물의 도외 반출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루 평균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70톤의 생활 쓰레기와 폐목재 61톤을 처리하기 위해 2015년부터 고형폐기물연료 생산시설을 가동했지만 읍·면에서 수거되는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섞이면서 수분 함량이 높아 고형폐기물연료로 가공하지 못했고, 폐기물 처리를 종합처리업체인 한불에너지관리에 위탁해야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이어 "한불에너지관리가 또 다른 폐기물처리업체인 네오그린바이오에 압축포장 폐기물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2016년분 압축포장 폐기물 2712톤이 필리핀 세부로 보내졌지만 반송됐고 그 가운데 1782톤이 다시 필리핀 민다나오로 재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압축포장 폐기물을 도외로 반출해 처리할 때 운반 및 처리 과정을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에 압축을 기다리는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매립장에 쌓인 압축포장폐기물들 [연합뉴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