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스펙보다 중요해진 실무경험…'중고 신입' 몸값 높아진다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대기업 수시채용 확대..취업시장 지각변동
공채 폐지 스타트 끊은 현대차
적재적소에 인재투입 가능해져..다른 대기업들도 합류 '저울질'
선진국도 80~90%는 경력 채용..중기서 역량 쌓으면 이직 유리

문재인정부 들어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참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가뜩이나 양질의 일자리 보고인 대기업들이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채용방식이나 선발 기준을 바꾸면서 기존 방식으로 대기업 입사를 준비해온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어수선하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선발 기준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 정기공채 60년 만에 '기로'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진행해온 정기공채를 올해부터 완전 폐지하고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으로 바꿨다. 이는 기존의 전 계열사, 전 부문에 걸친 대규모 신입공채가 아닌, 필요 직무별 수시 채용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대기업에서 정기공채 전면 폐지를 선언하기는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특히 다른 기업들도 수시채용 비중을 늘려온 데다 재계 2위로 연간 1만명 가까운 인력을 뽑는(지난해 8000명)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전면적으로 수시채용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지난 60년간 이어져온 민간기업의 그룹차원 동시선발과 정기 공채도 기로에 섰다.

국내 민간기업에서 사원선발에 정기공채 방식을 처음 도입한 곳은 삼성이다.1956년 삼성물산이 대졸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7년 이 방식을 그룹차원으로 확대하면서 본격화됐다. 삼성은 그 후 매년 1만여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과 트렌드가 급변해 관련 인력수요도 다변화하면서 최근들어서는 계열사별 채용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정기공채 비중을 줄이고 수시채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삼성 등 그룹 공채 일색이던 대졸 신입 채용 시장에서 2000년 초반부터 '계열사별 공채'라는 변화로 이어졌다.LG그룹은 지난 2000년 그룹 공채를 전면 폐지하고 계열사별로 인력 채용을 벌이고 있다.삼성전자도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계열사별 선발로 전환했다. 더불어 경력직은 거의 대부분이 수시채용으로 충원한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수시·상시채용 대세···구직자도 선호

그렇다면 취준생 입장에서 정기공채가 좋을까 아니면 수시·상시채용이 좋을까. 분명히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정기공채는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규모 채용이 쉽다'는 게 장점이다.이에 비해 수시채용은 '직무중심 소수인재 선발'에 유리하다는 게 강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규모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정기공채를, 적재적소에 필요한 소수의 경력직 전문인력을 뽑을 때는 상시·수시채용 방식을 쓴다.

다만 상시·수시 채용은 시기마다 모집 규모가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취준생들에겐 부담이다.수시 공채는 어느 부서에서 언제 뽑을지 모르기 때문에 구직자가 항상 채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하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취준생들의 여론은 '상시 채용'은 피할 수 없는 채용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래서 현재 다수의 채용 전문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이 특정 기업을 '관심 기업'으로 설정하고 해당 기업이 채용을 진행할 때 알림을 보내주는 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의 수시 채용 정보를 놓치지 않고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의 '수시 공채' 전환이 아직까지는 다른 대기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그룹사들은 지난해처럼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부터 상시채용과 공채를 병행해왔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혼란이 덜 할 수 있다"며 "만약 트렌드를 주도하는 삼성그룹마저 적극적인 수시 채용에 나선다면 상당기간 채용시장에 지각변동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량 인력보다는 소수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수시·상시채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

리크루트가 지난해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2018년 하반기 신입 채용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개채용 계획을 하는 대기업은 59.5%로 2017년 67.6% 대비 9.8%포인트 줄었다.반면 같은 기간 수시 채용 계획은 11.8%에서 21.6%로 9.8%포인트 증가했다. 이미 대기업 5곳 중 1곳은 수시 채용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셈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취준생들도 수시·상시채용을 선호한다.모집시기를 놓친 뒤 시간을 낭비할 우려가 적고 일부 관심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지원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취준생 254명을 대상으로 '공채와 상시채용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72.4%가 '상시채용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스펙보다 실무 중심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해서'(55.9%,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다만 공채 폐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구직자도 33.1%나 됐다. 그 이유로는'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주류를 이뤘다.

■'중견·중소기업서 능력 쌓고 대기업 경력지원' 고려할 만

서울 시내 대학 취업상담 관계자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는 크지만, 첫 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취업자는 10명 중 1명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거꾸로 보면 아예 졸업 직후 중기 입사에서 출발해 대기업으로 전직하는 역발상을 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상시 채용은 입사예정자의 직무역량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특히 수시·상시 채용을 주로 현업 실무 부서에서 관장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채용할 직무에 맞게 전형과정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또 현업부서가 실무 중심의 인재를 채용하면, 그 이후에 본사 인사부서에서 채용 전과정을 검증하는 '선 현업 채용, 후 본사 검증' 과정을 도입하기도 한다.

전직 현대차 인사 담당자는 "솔직히 기업 현장에서는 '중고 신입'이야말로 수시채용의 핵심 콘셉트라고 본다"면서 "공개 혹은 공채 방식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의 대안"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래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채용인원 80~90%를 경력직으로 채운다.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옮기는 이직문화가 자연스러운 구인·구직 시장이 오래전부터 정착돼 있는 셈이다.


이미 다른 크고 작은 회사나 분야의 경력과 사회 경험을 갖춘 취준생을 현업에 배치하는게 가장 즉각적이고 생산성 높은 직원일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인 것이다. 또 고용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별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 시 언제든지 뽑을 수 있으며, 정기 공채처럼 6개월 이상 걸리던 준비기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등 장점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취업삼수 출신의 한 대기업 직원은 "입사 희망 기업의 공모 인원 축소 여부 등 꾸준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수시 채용에 대비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옮겨 가는 '징검다리 전략'도 실제 희망기업 입사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고 전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