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현대차 카드수수료 협상이 남긴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7 17:20

수정 2019.03.17 19:03

[특별기고] 현대차 카드수수료 협상이 남긴 것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카드사 간의 협상은 사실상 현대차의 승리로 끝났다. 협상 초기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였고, 마지막까지 수수료율 조정협상을 벌였던 대형 카드사 역시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카드사는 지난해 발표된 적격비용(카드수수료 원가) 산출 결과에 근거해 제시한 수수료율 인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셈이다. 예상한 대로 '을'의 패배라고 해석된다.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의 우위를 앞세워 수수료율을 낮출 것을 요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 3)이 있지만 실제 효력은 유명무실하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초대형 가맹점에 1000만원 수준의 벌금은 협상에 제한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차 카드수수료 조정 결과는 향후 여타 업종의 대형 가맹점·카드사 간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 기준이 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통·통신 등 초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서도 가맹점의 우월한 협상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고, 시장 참여자의 지위남용을 억제하는 제도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필자는 현대차 카드수수료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시급히 마련돼야 할 대책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시장지위 남용을 억제하는 포괄적 개념의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 3을 유럽연합(EU)의 독점금지법 제102조와 같이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EU의 독점금지법은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이 경쟁을 제한해 시장지위 남용 소지가 있을 경우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한다. EU의 경우 반독점 행위가 인정될 경우 해당 기업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결국 현행 여신전문금융업 제18조의 3의 4항을 시장지배력이 큰 업체가 왜곡된 가격결정을 유도할 경우 더욱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조항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수료율 결정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카드 이용 소비자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집단소송 간소화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적격비용 산출을 통해 제시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요구를 대형 가맹점이 거절한다면 카드사들은 카드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줄여 수익감소분을 보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의 하한선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이다. 현재 영세 및 중소 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 결정의 원칙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 3의 3항에 명기돼 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가 카드사에 제시한 1.89%의 수수료율은 연매출 30억~100억원의 평균 수수료율(1.97%)에도 미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마케팅 혜택에 상응한 비용 지급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수익자 부담원칙'과 '역진성 해소'를 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즉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하한선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 3에 추가로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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