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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새기는 삼일절 100주년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7:11

수정 2019.03.18 17:11

[fn논단]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새기는 삼일절 100주년

삼일절 백주년을 맞아 정부 공식행사를 비롯해 많은 이벤트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무서운 총칼 앞에 굴하지 않고 온 국민이 대동단결해 저항했던 그 정신은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 준 가장 근원적인 힘이었다. 그래서 광복 후 74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본 침략시대 우리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본의 침략 앞에 무기력하게 나라를 내주어야 했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18세기 영국으로부터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이 유럽과 미대륙으로 번지면서 현생인류 '사피엔스'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힘의 문명 시대를 열었다. 당시 중국과 조선은 이 새로운 문명을 흡수하는 데 소홀한 반면, 일본은 19세기 중반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빠르게 신문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의회 기반의 정치를 실현하면서 서구문명과 유사 시스템을 갖추고 세계문명의 리더십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50년 만에 아시아를 아우르는 최강국의 반열에 섰다. 같은 시기 조선은 유교도덕정치라는 가면 아래 숨어 소위 양반이라는 기득권만이 절대권력을 누리는 사회시스템에 흠뻑 취해 있었다. 서구 신문명의 도입으로 인한 신분철폐와 사회시스템의 개혁은 곧 기득권의 파멸을 가져오는 일이었으므로 절대 불가한 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쇄국정책을 펴게 되었다. 결국 우리에게 삼일절의 피바람을 안겨준 건 바로 조선시대 말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었던 모든 권력계층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시장에 불어닥친 혁명의 바람은 거세다. 포노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디지털 종족은 지난 30년간 현대문명을 지배하던 시장의 시스템을 거침없이 파괴하며 세계 곳곳에서 기득권의 몰락을 불러오고 있다. 아마존은 백화점 3분의 1을 파산시켰고 은행 업무는 90%가 무인서비스로 전환됐으며 지상파 방송국의 매출은 불과 5년 사이 절반으로 꺾여버렸다. 미국의 5대 기업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표준기업으로 전환했고 중국도 알리바바, 텐센트가 아시아 최고 기업으로 등극했다. 역사에 비춰보건대 포노 사피엔스 문명 시대로의 진화는 자명하다. 이 혁명의 시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00년 전 친일파의 행적이 아니라 지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팔려고 하는 현시대의 조선양반들이다. 당리당략을 위해 정쟁을 일삼고 그것을 이용해 기존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우리 어른들 모두가 그 모습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다시는 그 가녀린 손에 힘없는 태극기를 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 손안에는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최고 기술의 상품과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극강의 기술력을 쥐여줘야 한다. 삼일절 백주년, 피로 지켜낸 이 땅의 선현을 생각해서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다.
명심하자. 지금은 대륙의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진격해오는 혁명의 시간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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