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염주영 칼럼] 돌봄경제, 고령화에도 기회 있다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7:11

수정 2019.03.18 17:11

2030년에 최장수국가 예상돼 노동·사회보장에 부담 크지만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염주영 칼럼] 돌봄경제, 고령화에도 기회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미래 기대수명에 관한 공동연구를 했다. 그 결과가 놀랍다. 한국이 2030년에 가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남녀를 통틀어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 프랑스(88.6세), 3위 일본(88.4세)과 비교해도 2년 이상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였다.
2030년생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도 84.1세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1위였다.

한국인의 수명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길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본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장수 국가다. 그러나 일본 여성의 기대수명이 20년(2010~2030년) 동안 1.7년 늘어나는 사이 한국 여성은 그 네 배인 6.6년이나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인구구조의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수명 연장만이 아니다. 인구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출산율이 0명대(0.98명)로 낮아졌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2년 후부터는 인구 자연감소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자연감소란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 수가 더 많아지는 것을 말한다. 인구학자들은 2025년쯤에는 이민자를 포함한 총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노인인구 급증이다. 65세 이상인 노인인구는 2015년 660만명이었으나 2030년에는 1270만명으로 15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거의 0.8%포인트씩 높아져 2030년에는 24.5%에 이를 전망이다. 총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은 늘어난다. 한국은 이런 변화가 적어도 10~20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조 대변혁의 구체적 양상은 수명 연장, 인구 감소, 노인인구 급증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 가지 변화는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최장수 노인국가의 탄생이다. 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은 그 시기를 2030년으로 예상했다. 불과 1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이 지구촌에서 최장수 노인국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 그 전략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일할 사람은 줄고, 보살펴야 할 사람은 급증하는 불균형을 장기간 겪어야 한다.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전쟁이 터져 대량파괴가 일어나도 다른 쪽에선 전쟁 특수가 생기는 것이 경제다. 전문가들은 기술 변화가 IT경제를 창출한 것처럼 앞으로 인구변화가 '돌봄경제(care economy)'를 창출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돌봄경제란 돌봄이란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영역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노인돌봄에 대한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수요를 충족하려면 노인돌봄 분야에서 생산·소비·투자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발표한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돌봄경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억75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그 1%만 차지해도 47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지금부터라도 돌봄경제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