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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가 만난 사람]통념 깬 라스 피자라스.. 에라주리즈 와인의 혁신을 느껴보세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21:00

수정 2019.03.19 07:37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 방한.. 라스 피자라스, 빌라 돈 막시미아노 등 신제품 소개


[fn선임기자가 만난 사람]통념 깬 라스 피자라스.. 에라주리즈 와인의 혁신을 느껴보세요


칠레 최고의 와이너리로 꼽히는 에라주리즈(Errazuriz)의 오너 회장인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이 지난 15일 한국을 찾았다.

에라주리즈는 1870년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칠레의 중북부에 위치한 아콩카과 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세운 이후 현재까지 145년 동안 칠레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유서깊은 와인 명가다. 비냐드 채드윅, 세냐, 돈 막시미아노 등 프리미엄 와인을 비롯해 중저가 라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라주리즈 가문은 칠레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4명의 대통령과 2명의 주교를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 가문'으로 불리고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1983년 비냐 에라주리즈에 입사해 에라주리즈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와인전문지인 디캔터 지가 선정한 파워리스트 50위 안에 여러번 이름을 올린 칠레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채드윅 회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들과 프랑스 보르도, 이탈리아 등의 최고급 와인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는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에라주리즈 와인들을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명품 프리미엄 와인 반열에 올려놨다.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와인 전문가들이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 와인들과 에라주리즈의 대표 상품인 세냐, 비냐 채드윅, 돈 막시미아노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행사로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돼 10년간 18회가 진행됐다. 2004년 대회에서 에라주리즈의 비냐 채드윅(2000)과 세냐(2001)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을 제치고 나란히 1,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매번 행사때마다 에라주리즈 와인들은 최상위권을 휩쓸며 화제를 몰고 왔다.

채드윅 회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프랑스의 심판으로 미국 나파밸리와 이탈리아 와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듯이 에라주리즈는 베를린 테이스팅을 통해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올라섰다"며 "오늘 이 자리는 이제까지 재배해 온 기존의 전통적인 포도 품종이 아닌 새로운 포도 품종으로 혁신을 이룬 에라주리즈의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한 목적을 밝혔다.

채드윅 회장이 이날 소개한 제품은 '라스 피자라스(Las Pizarras)' 2개 제품과 '빌라 돈 막시미아노(Villa Don Maximiano)' 등 3개 와인이다.

돈 막시미아노 2008, 돈 막시미아노 2016, 빌라 돈 막시미아노 2017(왼쪽부터)
돈 막시미아노 2008, 돈 막시미아노 2016, 빌라 돈 막시미아노 2017(왼쪽부터)

라스 피자라스는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 2017'과 '라스 피자라스 피노누아 2017'로 각각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로 빚은 새로운 와인들이다. 서늘한 아콩카과 밸리의 비교적 고도가 높고 경사진 와이너리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와인 라벨에 씌여있는 이름처럼 피자라스라는 암석이 켜켜이 쌓여있는 장판암을 뜻한다. 그만큼 떼루아의 다양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는 와인들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채드윅 회장은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 2017에 대해 "2015년 처음 생산한 와인으로 이 와인은 무겁지 않은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너무 과숙하지 않도록 조금 일찍 수확하는게 특징"이라며 "2017년의 경우 햇살이 좋고 강우량이 적었던 해이어서 포도나무들이 뿌리를 더 깊이 내렸기 때문에 장판암에서 뽑아올린 미네랄리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 2017은 와인을 잔에 따라보면 약간의 연녹색 빛을 띤다. 전형적인 샤르도네와 달리 쇼비뇽 블랑에서나 볼 수 있는 빛깔이다. 잔에서는 상큼한 과실향을 기반으로 꽃향기도 부드럽게 올라온다. 입에 조금 머금으니 톡 쏘는 산도가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묵직하고 잘 다듬어진 신맛이다. 혀에 떨어지는 질감은 무겁지 않고 바닐라 향도 살짝 스쳐 들어온다. 칠레를 비롯해 햇살이 좋은 신대륙에서 나는 샤르도네 와인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13%로 높은 편이지만 도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채드윅 회장은 "프랜치 바리크에서 10개월 숙성을 거쳤지만 포도 고유의 맛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15%만 새로운 오크통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라스 피자라스 피노누아 2017은 더욱 혁신적이다. 잔에 따르자 아주 맑고 투명한 루비빛을 보인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나 보던 빚깔이다. 잔에 가까이 가자마자 과실향을 기반으로 장미향과 이름모를 꽃향기가 확 다가온다. 입에 넣어 굴려보면 산뜻한 신맛이 먼저 반긴다. 혀를 감싸는 질감도 아주 가붓하다. 목넘김 이후의 잔향에는 포도 이외의 과일 향과 약간의 톡 쏘는 향신료 느낌도 같이 올라온다. 분명 아메리카 대륙에서 나는 피노누아 와인과는 다르다.

채드윅 회장은 "아콩카과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해 기분좋은 산도가 특징이며 아직 어린 와인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둥글어지고 우아한 와인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드윅 회장은 이어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 중 하나인 돈 막시미아노의 세컨드 와인 '빌라 막시미아노 2016'을 소개했다. 빌라 돈 막시미아노는 까베르네 쇼비뇽 40%, 쁘띠 베르도 25%, 말벡 20%, 까베르네 프랑 15%로 빚은 와인이다. 아콩카과 밸리의 세냐와 돈 막시미아노가 나오는 중간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었다. 2016년이 첫 빈티지로 숙성을 통해 이제 막 병입해 소개하는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는 13.5%로 22개월 프랜치 오크를 거친 고급 와인이다.

잔을 따르면 짙은 루비빛을 띤다. 잔에 다가가자 과실향을 기반으로 아로마가 강하게 느껴진다. 초콜릿, 연필심 등 부케향도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일단 혀에 묵직하게 감기는 질감이 좋다. 산도도 제법 강한 편이며 타닌은 부드럽게 녹아있다. 막시미아노가 두껍고 진중하게 다가오는 잘생긴 중년 노신사 같은 모습이라면 빌라 돈 막시미아노는 보다 젊고발랄한 막내 동생이랄까. 아로마와 부케향은 강하지만 무게감이 확실히 덜 하다.

채드윅 회장은 "돈 막시미아노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이 90헥타르에 달하는데 각 지역마다 토양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돈 막시미아노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빌라 돈 막시미아노를 만들게 됐다"며 "돈 막시미아노는 그쪽에서 나는 화산재 토양에서 자라는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반으로 한 묵직한 맛을 보이고 빌라 돈 막시미아노는 보다 둥글고 실키하고 신선한 느낌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채드윅 회장은 돈 막시미아노 와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2016년산 돈 막시미아노 와인을 들어보이며 "에라주리즈는 우아하고 섬세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 와인을 빚고 싶다"며 "2016년에 빚은 돈 막시미아노가 에라주리즈의 와인 철학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은 지난 10년간 가장 서늘한 기후를 보여 훨씬 섬세한 맛이 특징"이라며 "에라주리즈는 앞으로 포도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오크 숙성때 새로운 오크 사용 비율을 20% 정도로 크게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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