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하수 위기]

②양돈 오·폐수에 각종 개발…제주 지하수 괜찮나?

가축분뇨 무단 배출·부적정 액비살포행위 등 대량 적발 지난해 지하수위 역대 최저치 기록…화장실서도 지하수 '펑펑'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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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지난해 8월 13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한 당근 밭에서 파종을 앞둔 한 농민이 한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자 급수차로 실어 온 물을 호스를 이용해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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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하수 위기] ②양돈 오·폐수에 각종 개발…제주 지하수 괜찮나?

가축분뇨 무단 배출·부적정 액비살포행위 등 대량 적발

지난해 지하수위 역대 최저치 기록…화장실서도 지하수 '펑펑'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지하수는 제주도민의 생명수다.

제주도는 생활용수에서부터 공업·농업용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지하수로 해결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제주 지하수가 각종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 지하수를 위협하는 요인은 기후변화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부적절한 가축분뇨 처리 등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 과도하게 높은 지하수 의존도 등 인위적인 부분이 큰 몫을 차지한다.

◇ 오염되는 제주 지하수

2017년 도내 일부 양돈 농가들이 가축분뇨 수만t을 무단으로 방류하다 적발됐다.

일부 농가는 분뇨를 지하수의 원천인 '숨골'에 버린 것으로 밝혀져 도민사회의 공분을 샀다.

숨골은 용암동굴이 붕괴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가 균열해 지표수가 지하로 잘 흘러드는 곳으로, 지하수 함양의 주요 원천이다.

숨골에 축산폐수를 집중적으로 배출하면 지하수가 고인 땅속의 토사나 암석으로 흘러 들어가 20여 년 동안 머물며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주도가 2017년 8월부터 12월까지 불법배출로 논란이 된 한림읍 상명리 인근의 지하수 관정 1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곳의 관정이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배출은 각종 단속에도 끊이지 않고 제주 지하수 수질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지난해 도내 296개 양돈 농가를 조사한 결과 13개 양돈 농가가 분뇨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도 각양각색이다. 제주시 한림읍 축산폐수 처리업체인 A양돈영농조합 대표 안모(47)씨 등 3명은 회사 내 4천t 처리 규모의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저장조를 관리하면서 저장조에 지름 75㎜ 고무호스를 연결해 10m 정도 떨어진 속칭 '숨골'로 18차례에 걸쳐 가축분뇨 360t을 배출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입건됐다.

제주시 한경면 B농장을 운영하는 고모(66)씨는 저장조에 펌프와 호스관을 연결한 후 인근 과수원에 분뇨 1천700여t을 무단 살포했다가 적발됐으며, 제주시 애월읍 C농장 대표 이모(47)씨는 돈사 등을 청소한 세정수를 모으는 집수조가 평소에도 자주 넘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분뇨 약 5t을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가축분뇨 무단 배출 또는 부적정 액비살포행위 등으로 적발된 경우는 모두 39건으로 이 중 허가취소 2건, 고발 9건, 폐쇄 및 사용중지 2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또 경고 및 개선명령 20건, 과징금 및 과태료 1억5천200만원이 부과됐다.

이외에도 제주도 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잠재오염원은 개인하수처리시설과 하수처리장, 가축분뇨배출시설, 골재채취, 지정폐기물배출시설, 쓰레기매립장, 특정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 등 총 13개로 분류된다.

2017년 말 기준 제주에 잠재오염원은 모두 1만5천138곳이 분포하고 있다. 시설별로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이 1만58곳, 지정폐기물배출시설 1천456곳, 가축분뇨배출시설 1천279곳 등이다.

◇ '지하수를 물 쓰듯'…점점 낮아지는 지하수위

제주 지하수는 무분별한 개발로 매년 수위가 낮아지면서 고갈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2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제주 지하수 수위는 관측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 기간 도 전역에 있는 지하수 기준 수위 관측정 68개소에서 측정된 지하수위는 평균 11.22m로 2003년 관측 개시 이래 가장 낮은 분포를 보였다.

이는 두 번째로 지하수위가 낮았던 2017년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측정된 평균 지하수위 11.84m보다도 0.62m 낮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하수를 펑펑 뽑아 쓰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제주는 화장실에서도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수 사용량이 많은 호텔과 골프장 등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빗물을 모았다가 화장실 등 허드렛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메종글래드호텔과 신라호텔제주 등 유명 호텔은 시설을 갖추고도 빗물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골프장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연간 최대 62만t에서 적게는 4만t의 빗물을 사용한다고 보고했지만, 당시 계량기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빗물이 어떻게, 얼마만큼 사용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제주는 또 농업용수 94%가량을 지하수 관정에 의존한다.

특히 농가에서 지하수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작물 파종기와 생육기 때 취수허가량을 초과해 지하수를 사용하는 관정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2017년 기준 연간 취수허가량을 초과한 관정은 285공, 월간 이용량으로 환산할 경우 662개 관정에서 기준량을 초과해 지하수를 끌어썼다.

이때 이용량을 보면 1공당 1일 448t으로, 평상시 180t보다 2.5배 더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도내 상수도 공급을 위한 지하수 관정 306곳 중 66.7%에 해당하는 204곳의 취수량이 허가량을 25.5% 초과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상수도 관정 9곳의 경우 허가량보다 58.6%나 더 많은 지하수를 취수했다.

이처럼 제주도가 허가한 지하수 취수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161만5천t으로, 지속이용 가능량(2012년 수자원관리종합계획)인 176만8천t의 91%까지 육박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지하수 사용 요구와 수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제주 삼다수를 생산하는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는 하루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2002년 868t, 2006년 2천100t, 2013년 3천700t, 2018년 4천600t으로 늘려왔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 역시 2011년부터 5차례에 걸쳐 증가하는 항공승객 수요 충족을 위해 현재 1일 100t(월 3천t)인 지하수 취수량을 1일 150t(월 4천500t)으로 늘려달라며 제주도와 법정 소송 중이다.

여기에 도내 상주인구는 2013년 60만5천명에서 2017년 67만9천명으로 5년 새 12%가, 관광객은 2013년 1천85만1천명에서 2017년 1천475만3천명으로 40%가 증가하는 등 지하수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dragon.m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