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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와 결이 다른 한은 '전세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9 16:25

수정 2019.03.19 16:25

금융건전성에 유의 당부
국토부는 도그마에 빠져
한국은행이 19일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영향 점검'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은 최근 전셋값 하락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부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은 부실대출이 늘고, 보증기관은 대신 갚아야 할 돈이 커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은이 전세 보고서를 따로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근래 전셋값 동향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전국 211만 임대가구를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지난 1~2월에 거래된 전세아파트 가운데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곳이 5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절반은 10% 넘게 떨어졌다. 10~20% 하락한 곳은 14.9%, 30% 넘게 떨어진 곳은 4.7%였다.

이를 두고 한은은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먼저 이 정도 하락세는 집주인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이 모자라면 주인은 예·적금을 깨거나 추가로 대출을 받아 차이를 메울 수 있다. 보고서는 전셋값이 10% 떨어져도 집주인 가운데 98.5%는 이런 능력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다만 1.5%, 곧 3만2000가구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속칭 역전세다.

다른 한편 한은은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으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수가 14.8%로 뛸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은 괜찮다. 하지만 추가 전셋값 하락은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예의주시하라는 것이 한은 보고서의 알맹이다.

한은 보고서는 정부가 부동산을 보는 시각과 결이 다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최근 매매가·전셋값 하락은 "과열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세자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며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토부·금융위가 아니라 한은 보고서에 더 귀를 기울일 때다. 문재인정부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자칫 시장의 진실을 놓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한은 보고서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이다. 가계빚의 거의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다.
한국 경제는 부동산이 불안하면 금융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니 한은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금융위 관계자들은 10쪽짜리 한은 보고서를 정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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