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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정부, 원상복구 등 대책 주목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14:19

수정 2019.03.20 14:19

정부조사단 결과 발표..포항시민 국가상대 손배소송에 영향 클듯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정부합동조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정부합동조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인근에서 가동했던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것으로 20일 확인됨에 따라 정부가 내놓을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우선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폐쇄 및 원상 복구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자가 발생한 이상, 정부가 주도한 에너지개발 사업이어서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책과제로 수행한 지열발전소 과제 수립 및 이행과정 등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포항지진으로 포항시민들은 국가와 지열발전소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이 추산되는데, 정부가 참여한 민관 합동조사단에서 지열발전과 지진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남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게 확실시된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 정부가 지원한 국책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이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따라 정부의 후속대응을 정승일 산업부 차관 주재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산업부 측은 "연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부가 취할 조치들은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과학계의 주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정확한 조사를 한뒤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산업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만들었고,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지열발전소가 진앙과 불과 수백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부의 지열발전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시작됐다. 국책과제로 'MW(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이다. 정부가 여러 개의 관련 민간기업에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주는 산학연 합동 과제다.

사업 주관기관이자 발전소 운영업체인 넥스지오를 비롯해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등 민간기업,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등 연구계와 학계가 참여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정부 예산의 국책 R&D 과제를 관리해왔다.

정부가 195억원, 민간이 278억원을 투입했다. 2년여간 기초연구를 거쳐 지난 2012년 포항 북구 흥해읍에 지열발전소를 착공했다. 준공되기 전에 포항지진(2017년 11월15일)이 발생했다. 당시 발전소는 상업운전을 앞두고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공정의 지열발전을 시험가동해왔다. 지진 발생 직후,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지열발전은 지하 수 ㎞에 물을 내려보내 땅의 열로 데우면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한다. 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이날 발표한 결과는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유발지진과 촉발지진의 차이에 대해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루어진 활동과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

이 단장은 "진원의 위치를 가장 신경 써서 검증했다. 결과에 대한 복합적인 증거들을 제시했다"면서 추가적인 여진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 없다로 나누어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들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꾸려 지난해 10월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한 정부와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300여명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공식 결과가 나오면서 포항지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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