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포항지진, 신재생 지열발전소가 빚은 비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17:22

수정 2019.03.20 17:22

조사단 "자연지진 아니다"
경각심마저 풀어선 안 돼
16개월 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공식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강근 조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조사위원회도 "지열발전을 위해 넣은 물이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포항지진은 규모 5.4로, 국내 지진 중에서는 2016년 경북 경주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컸다. 그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갈렸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 같은 이는 진앙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열발전소를 지목했다. 다른 이들은 동일본대지진(2011년)과 경주지진의 여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자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1년간 포항지진의 원인을 살폈다. 결과는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 정부지원 사업으로 추진됐다. 2012년 기공식을 가졌고, 포항지진 당시엔 준공을 앞두고 시험 가동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지진이 난 뒤 발전소는 가동을 멈췄다. 한때 지열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재생에너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산 지형이 아닌 한국 같은 곳에서는 무리한 사업이라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땅을 수㎞ 깊숙이 판 뒤 거기서 나오는 지열로 전기에너지를 얻으려다 공연히 땅의 안정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초래한 셈이다. 역시 공짜 에너지는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얻으려면 그만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행여 이번 발표로 지진 대비책이 느슨해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강근 단장은 "경주지진은 자연지진이고,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했다"고 말했다. 경주지진과 같은 자연지진이 언제 우리를 또 덮칠지 모른다. 또 지열발전소를 폐쇄한다고 포항이 지진 안전지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반이 크게 흔들렸다고 말한다. 지열발전소와 무관하게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선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는 20일 대구에서 '지진 사회안전망 구축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제3회 지진포럼을 열었다.
포항지진 후 대형 지진은 일시 소강 상태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건물 내진설계, 대국민 통신망 구축 등 미래에 닥칠지 모를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