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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 빠진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17:30

수정 2019.03.21 17:30

정권마다 변화 강조하지만 금융경쟁력은 제자리 걸음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했다. 그에 맞춰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 추진 방향을 내놨다.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을 좀 더 모험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대통령이 혁신금융에 무게를 실은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알맹이가 없다.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데 그친 것 같아 아쉽다.

문 대통령은 비전 선포식에서 발명왕 에디슨 이야기를 했다. 백열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 자금난에 부닥쳤을 때 기술특허를 담보로 대출과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에디슨이 "혁신금융의 최초 수혜자"라고 말했다. 맞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금융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이 정도 정책 의지만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보수성을 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금융 혁신을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을 진지하게 추진했다. 이명박정부는 KDB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데 주력했다. 박근혜정부는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 데 이어 은행에 기술금융을 더 늘리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사실 현 정부의 혁신금융은 기술금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은 여전히 부동산 담보에 의지하는 보수적인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금융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바로 이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비전 선포식에서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금융에 대해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산'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금융은 지난 11년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번에 금융위는 대형 투자은행(IB)을 키워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래 '한국형 골드만삭스'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왔다.
하지만 그저 정부 보도자료를 장식하는 표어에 그쳤을 뿐이다. 이번에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철저한 반성 없는 재탕, 삼탕 비전 선포식은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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