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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中의 새로운 과제, 청년실업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2 17:07

수정 2019.03.22 17:15

[차이나 톡] 中의 새로운 과제, 청년실업


청년실업은 정권의 명운까지 좌우한다. 선거 당락을 가르는 주요 표밭일 뿐만 아니라 민생의 핵심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난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노심초사하는 최대 사회문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부터 아예 일자리정부를 표방했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심의 중국도 올해 일자리 창출을 최대 역점 정책기조로 삼았다. 올해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일자리정책을 핵심 중점 과제로 내세운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성장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파고를 맞아 성장엔진에 힘을 쏟는 정책에 올인해야 할 판에 일자리정책을 최대 화두로 내세웠다.
이는 일자리가 곧 민생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신규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청년실업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일자리 확보 경로가 갈수록 꽉 막히는 형국이다. 우선 전통적인 수출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 IT업종으로 인력 구조조정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징둥닷컴, 디디추싱, 넷이즈 등 고용창출을 견인하던 인터넷기업도 인원 감축에 나섰다. 인터넷 업종의 경우 젊은 취업생들의 일자리 파이를 늘리는 주요 공급업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시지역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신규 일자리 창출이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신규 일자리를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 중이다. 존속기업을 통한 일자리 대신 청년들이 직접 창업을 통해 실업문제를 뚫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창업마저 극심한 불황기를 맞고 있다. 창업 자체가 원래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속성을 지녀 창업 성공확률은 극히 낮다. 더구나 창업버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중국의 넓은 시장성을 기회로 삼아 질 떨어지는 아이디어로 창업벤처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벤처투자도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과도한 투자를 해왔다. 이 와중에 중국 경기둔화 사이클이 겹치면서 창업실패와 투자회수 실패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시장에 넘쳐나던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투자회수에 실패하면서 신규 창업에 투자해오던 탄력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청년실업의 애환은 중국 사회에서 암울한 신조어까지 낳고 있다. 중국의 모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은 올해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996 룰'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996 룰'이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문화를 말한다.

'996룰'에 그치지 않고 '007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007룰은 0시부터 0시까지 7일간 일주일 내내 24시간 일한다는 뜻이다. 중국 벤처업계의 심각한 경영난과 실업문제를 풍자한 신조어다.

이전에도 실업난으로 어렵게 사는 서민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 있었다. 대도시 아파트 지하에서 좁은 공간으로 쪼개서 사는 사람들을 '생쥐족' 혹은 '개미족'이라고 부르고, 작은 집에서 여러 가족이 거주하거나 방 한 칸을 칸막이로 나눠 여럿이 사는 사람들을 '달팽이족'이라고 불렀다.

이전 신조어들은 빈부격차와 대학생취업난 및 치솟는 부동산 가격 문제로 등장한 세태를 꼬집은 표현들이다.
그러나 '996룰'과 같은 최근 신조어는 궁핍한 생활상을 넘어서 아예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상황과 과도한 노동강도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다르다. 청년실업 사태를 직감한 중국 정부가 올해 실업해소를 위한 극약처방을 내놓을 태세다.
시진핑 체제의 제도적 안정이 반부패운동에서 이제는 청년실업 극복이라는 민생으로 옮겨가는 국면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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