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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중산층 '서울 새 아파트 갈증' 못풀어주면 집값은 또 오른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6:06

수정 2019.03.24 16:06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부동산정책 나무 아닌 숲을 보라
다주택자 규제로는 한계
수도권 거주자는 서울 살려하고 서울 안에선 강남으로 가려는 주택시장의 순환고리 있는데 정상적 실수요자 이동까지 묶어
정책 과감히 손볼 타이밍
서울 재개발·재건축 완화하면 공급 늘어나며 집값 자연히 하락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활용해 무주택자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중산층 '서울 새 아파트 갈증' 못풀어주면 집값은 또 오른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중산층 '서울 새 아파트 갈증' 못풀어주면 집값은 또 오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다 돼 가지만 주택정책은 근본적 처방은 외면한 채 땜질식 대책만 거듭하고 있어 향후 주택가격 폭등 압력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굵직한 부동산대책만 해도 무려 13회나 된다. 평균 두달도 안 지날 때마다 계속 대책을 쏟아낸 셈이다. 그 덕분에 주택시장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서는 현재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주택정책을 주관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수장이 새로 오기 때문에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까지 펼쳐온 주택정책을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과연 지속가능한 정책인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수정을 가해야 할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방 등에서 어떤 주택들이 얼마나 공급이 이뤄질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런 정책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단계적인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주택정책은 특정 계층에 대한 감정에 치우쳐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틀어막기식 규제와 한쪽에만 치우친 반쪽짜리 정책만 펴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주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집을 언제 사야 하는가, 지금 사는 게 맞는지 좀 알려달라'는 내용이 가장 많다"며 "이는 그만큼 주택시장 수요자들이 집값이 상승할까 불안해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주택정책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 수장과 정책담당자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집값은 계속 떨어질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는 게 낫다." 혹은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을 계속 늘려놨고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짓고 있으니 집을 사지 말고 세입자로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라고 확실히 답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 정책을 제대로 펴고 있고, 그로 인해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면 아마도 대다수 주택 수요자의 질문은 "제가 결혼을 하는데 두 사람 직장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어디에 신혼집을 잡아야 둘 다 편할까요, 혹은 이번에 이직을 해서 직장이 어느 지역으로 옮기는데 그 지역에서는 어느 아파트가 사는 데 편리한가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게 맞지 않을까.

■주택정책 큰 그림을 그려라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7년 5월 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굵직한 주택시장 규제정책 발표만 해도 무려 13회나 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한 지 불과 한달 만인 6월 19일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조정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할 때까지 평균 45일에 한번꼴로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대책 내용은 거의가 다주택자를 포함한 유주택자의 대출규제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거래나 보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의 청약자격 확대,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방안 등도 함께 내놨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 등의 청약자격을 확대하는 방안이나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방안 등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고 적시에 잘 나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강화나 대출을 묶어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까지 제한하는 것은 주택시장의 순환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설픈 정책이라고 꼬집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일어나는 주거이동의 메커니즘은 서울 목동이나 마포 등에 거주하는 가구가 집을 팔고 강남권에 진입하면 그 자리를 다른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채우고 그 자리는 다시 수도권에서 서울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세입자가 채우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주택시장의 순환고리라고 하는데 지금 주택시장은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에만 몰입해 정상적인 중산층 실수요자의 이동마저 불가능하도록 너무 묶어놨다는 것이다. 중산층 실수요자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밑에 있는 서민층 수요자의 이동도 불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중산층의 새 아파트 거주 욕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줘야 하지만 정부가 지난 2년 가까이 쉼없이 쏟아낸 대책 중 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대책은 거의 없었다. 뒤늦게 지난해 말 수도권 소규모 택지에서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하고, 서울과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밝혔지만 서울지역에서 새 아파트에 목마른 중산층 수요자를 위한 제대로 된 공급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사실 신규 택지 개발이 불가능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재개발·재건축인데 이를 묶어놓고 철로 위나 유수지 등 지리적이나 입지적으로 좋지 않은 곳에 주택을 공급해봐야 중산층 가구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위례, 동탄, 김포한강, 파주 등 2기 신도시가 아직 조성 중이고 예정된 교통망 확충계획은 거의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신도시 주민들의 교통불편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2기 신도시에서 대거 공급이 이뤄지면서 공급과잉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그 주변에 3기 신도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택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 추진계획이 오히려 서울의 주택에 대한 희소성을 더해 집값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은 서울지역이 급한데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수도권에 추가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니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불은 서울에 났는데 소방차를 경기도에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집값 하향 안정세는 정부의 무차별적 땜질 처방에 따른 결과이지 정상적 대책으로 집값이 잡힌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발표를 하면 당장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주택 수요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줘 주택시장을 식히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심리적 안정감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제 한발짝 물러서서 정책 기조가 잘못된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으로 무주택자 분양대금 지원한다면

주택시장에서 서울 시내의 주택수요가 그렇게 많다면 한번쯤 시장 논리에서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규제만 가해 신규 공급을 막지 말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 측면에서 풀어보자는 것이다.

만약 서울 목동지구에서 재건축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될까. 2017년 12월 초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서울 목동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1~4단지 2만6629가구가 재건축을 진행하게 되면 5만3375가구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재건축을 통해 무려 2만6746가구가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판교신도시가 2만900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새로운 신도시 하나가 조성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는 이 밖에도 송파구, 노원구 등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많아 순차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면 서울 신규주택에 대한 갈증이 줄어들게 되고 집값도 자연스럽게 잡힐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도 감정에 치우쳐 징벌적으로 과세하지 말고 이를 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재건축 단지에서 나오는 일반 분양물량에 청약하는 무주택자나 주거약자층에 분양가격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국민주택규모인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재건축을 통해 일반분양 할 경우 모아진 초과이익환수금으로 10~20% 일정 부분을 지원하게 되면 주변 집값도 자극하지 않고 무주택자의 주택 소유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도심에서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국토교통부도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주택정책 패러다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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