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노후소득 부족 해결열쇠, 주택연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10

수정 2019.03.24 17:10

[차관칼럼]노후소득 부족 해결열쇠, 주택연금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19세기 말부터 국민연금을 도입하고 퇴직연금·개인연금을 더한 다층 노후소득 보장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왔다. 은퇴한 고령층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차근차근 대비해 온 것이다. 안정적 연금시스템을 통해 선진국의 노령층은 근로소득이 줄어도 빈곤에 빠지지 않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어 은퇴를 오히려 기다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000달러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 비중이 41%에 그치고, 노인빈곤율이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선진국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당혹스러운 결과다.
모든 사람이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된 것이 20년밖에 되지 않았고, 퇴직연금·개인연금을 통한 노후대비도 충분하지 않았다. 국민의 연금에 대한 인식도 낮아 자발적으로 노후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것도 은퇴소득 부족 원인 중 하나다.

고령층의 또 다른 특징은 부동산, 특히 주택 위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의 평균 자산은 약 4억2000만원으로 독일·미국 등과 비슷하지만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은 유동성과 환금성이 낮아 소비를 위한 소득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고령층의 은퇴소득 부족과 자산의 부동산 집중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열쇠가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고령층의 자산을 유동화해 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연금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 이후 고령층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 개념이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서 '노후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2016년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사람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우대형 연금을 도입한 결과 매년 1만가구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입요건을 더욱 완화해 더 많은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주택가격 제한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9억원으로 완화하고, 조기은퇴자를 위해 가입가능 연령을 60세에서 50대 중·후반으로 낮출 예정이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하면서도 리스크는 철저히 관리해 재정부담 없이 고령층 및 베이비붐 세대의 사랑을 받는 제도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주택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전문가와 함께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주택연금액과 관련한 주요 변수는 장기 주택가격 상승률, 장기 이자율, 가입자의 장수 등이다. 이들 변수를 잘못 예측하면 큰 재정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주택금융공사는 매년 주요 변수의 적정성을 외부전문가를 통해 검증받고,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결정해 주택연금 가입자가 크게 증가해도 연금사업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금융원리를 유지하면서도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금융정책과 복지정책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는 사업이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해 어르신들이 필요한 만큼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