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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에너지저장시스템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10

수정 2019.03.24 17:10

미래 성장동력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이 기술적 문턱에 걸려 휘청거리고 있다. 대용량저장장치에서 최근 1년간 20여건이나 화재가 발생하면서다. 지난주 업계에 따르면 민관합동조사위는 이 사고 원인 발표를 5월 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ESS용 배터리 업계의 맞수인 LG화학과 삼성SDI의 상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가 이처럼 화재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내 ESS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자. 4차 산업혁명기에 '기회의 땅'인 글로벌 ESS시장 선점을 노리던 업체들로선 국내 ESS 가동중단의 장기화는 치명타다.
중국 등과의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큰 감점요인이라서다. 화재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이유다.

이와는 별도로 대용량저장장치는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에 필수 기자재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지난 2017년 일어난 포항 지진(규모 5.4)이 지열발전소가 간접적으로 촉발한 인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난개발식 태양광 패널 설치가 부른 잇단 산사태를 겪었던 것도 모자라 지난해는 한 달이 멀다 하고 'ESS 화재'가 일어나면서 태양광발전 진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진흥 중인 각종 재생에너지들이 모두 예기치 않은 함정을 만난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들은 ESS 업계가 당면한 기술의 문지방을 넘어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집중해 지원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신재생 과속'에 주안점을 둔 에너지 전환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판도라'라는 영화 한편을 보고 '원전 제로'를 꿈꿨다면 비합리적 선택이다.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음이 최근 속속 드러나지 않았나. 몇 년 전 영화 '설국열차'에서 한번 생산된 에너지가 손실이 전혀 없이 재생되는 영구기관은 허구임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kby777@fnnews.com 구본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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