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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기 최악 5개국’ 오명 언제 벗어날 건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10

수정 2019.03.24 17:10

석탄발전 비중이 커서 문제
과속 탈원전으로 사태 악화
한국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5개국에 포함됐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연평균 미세먼지(PM 2.5) 수치에서 인도(90.2)와 중국(53.5), 베트남(30.3), 한국(25.1), 남아프리카공화국(25.0) 등이 '최악 5개국'이었다. 이웃 일본(11.9)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재작년 통계라지만 건성으로 넘길 일도 아니다. 올 3월에도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었다. '미세먼지 없는 나라'를 공약한 현 정부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공기가 나쁜 5개 국가의 석탄발전 비중이 모두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이 주목된다. 특히 화력발전이 미세먼지를 내뿜는 주요인임에도 조사대상국 중 인도의 석탄발전 비중이 76.2%인 것은 차치하고 중국이 67.1%에 이른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얼마 전 국내 초미세먼지에서 중국을 포함한 국외 유입 비율은 30~80%, 이 중 중국발 영향은 30~50% 수준이라고 발표했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종전 추정 결과보다 훨씬 낮춰 잡았는데도 이 정도였다.

더욱이 앞으로 몇 년간 중국의 석탄발전소가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국 측에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지경이라면 사태는 자못 심각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방중 때 중국 정부도 자국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등 뒤에서 중국 정부는 여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국이 스모그의 출처와 관련,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기어코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나"라고 으름장 섞인 논평을 내놓았다.

정부가 중국 탓만 하고 있을 계제도 아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중이 크다곤 하나, 우리 또한 배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7년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46.2%로 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비중(27.2%)은 물론 전 세계 평균(38.1%)을 훨씬 웃돌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재생에너지 진흥을 통한 에너지전환을 시도했지만 미세먼지를 잡긴커녕 악화일로다.


정부가 경제성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치고 있는 형국이다. 과속 탈원전 드라이브를 거느라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면서다.
그렇다면 지금 경유차 감축 등으로 변죽만 울리고 있을 건가. 정부가 탈원전 속도조절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계획을 다시 짜는 등 근본적 처방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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