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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여지 남기고 연락사무소 떠난 北.. 대미 중재역 나서라는 무언의 압박?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35

수정 2019.03.24 17:35

통일부 "南측 인원 정상출경"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지난 22일 '상부의 지시'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북측 인력을 모두 빼버리면서 향후 연락사무소의 운명이 시계제로에 빠졌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소장회의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던 중 벌어진 이번 사태는 비핵화 관련국들에 큰 충격을 줬다.

철수 소식이 통보된 당일 북한은 남측 인원들의 잔류 여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고, 실무적 문제는 차후 통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인력만 철수시키며 정상운영 복귀에는 여지를 뒀고, 24일 현재 연락사무소에는 급변 상황을 대비해 증강된 우리측 인력이 비상근무 중이다.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훈풍이 불었던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이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북한은 북·미 비핵화 대화가 잘 풀리지 않자 일종의 카드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단행했다.
북·미에 이어 남북 관계에도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철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정상운영을 위해 복귀하라고 촉구했지만 사실상 북한을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비핵화가 잘 풀리거나 우리 정부나 경협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그저 북한의 조기 복귀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 매체는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북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는 한심하며, 미국과 공조해 얻을 것은 없다"면서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운신 폭이 크게 좁아진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일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과 영변 핵시설 정도로 사실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팽팽한 입장차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북한은 낮은 강도로 정부를 압박하며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대미 중재역으로 나서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철수하면서 우리측 인원의 퇴거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 현재 국면이 지속되거나, 북한이 복귀를 하더라도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면 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개선의 '옥동자'가 아닌 대북정책 실패의 표상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우리측 잔류를 허용했고, 북한 매체가 조용한 것을 보면 대화와 소통 단절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우리 정부가 독자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향후 우리 정부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면서 대북특사를 보낸다든지 높은 수준의 해결방책을 마련할 경우 복귀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협의를 통해 25일 남측 인원들의 출경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남측 인원의 체류에 대해 편의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도 대결적 의미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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