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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금리 역전… 다시 불어닥친 경기침체 공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41

수정 2019.03.24 17:41

금융위기 전년인 2007년이후 처음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3년만에 마이너스로 전환
연준 연내 금리인하 전망 힘실려
美 장단기 금리 역전… 다시 불어닥친 경기침체 공포

美 장단기 금리 역전… 다시 불어닥친 경기침체 공포

금융시장이 22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지수 하강이 방아쇠를 당겼다. 경기침체 전조로 알려져 있는 미 국채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일어났고, 독일 국채(분트)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6년이후 3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세계경기 풍향계'로 부르는 국제 택배업체 페덱스 인터내셔널이 실적 둔화와 전망악화를 내놓으면서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된 가운데 그동안 가능성만으로 남아있던 수익률 역전까지 현실화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채권 시장 움직임과 달리 나홀로 상승흐름을 보였던 주식시장은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마침내 주식 투자자들이 시장 하강을 예상하고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2년만에 장단기 수익률곡선 역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년만기 수익률보다 높아졌다. 세계금융위기 바로 전년도인 2007년 이후 12년만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장단기 수익률 역전은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져왔다. 금융위기와 뒤 이은 세계 경제침체 바로 전인 2007년에도 장단기 수익률 스프레드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104%포인트 급락한 2.44%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3.26%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또 JP모간에 따르면 연준이 장단기 수익률곡선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개발한 다양한 수익률 곡선 가운데 현재 시장이 예측하는 3개월물 수익률이 시장이 전망하는 1년 반 뒤의 3개월물 수익률보다 높다.

스프레드가 마이너스인 상태로 경기전망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뜻한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는 "지난 며칠처럼 채권(가격)이 급격히 뛰면 뭔가 훨씬 더 거대한 게 닥칠 것이라고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이번 분기 성장률이 매우 미약할 것으로 보이고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어 이제 또 다른 위기에 진입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58%

수익률곡선 역전은 시장의 금리인하 예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채권 투자자들이 생각하기에 경제상황이 앞으로 좋지 않아 향후 연준이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믿을 만한 경기침체 전조로 간주하고 있는 수익률 역전이 현실화하면서 연내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금리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파생상품 거래 흐름으로 봤을 때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내 1차례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58%로 보고 있다. 한 달 전 11%와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급등세다.

벌써부터 연준의 금리인하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책분석업체 이븐플로 매크로의 마크 서머린은 "내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은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할 만큼 올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한 차례면 충분하겠지만 세계 경기둔화세가 깊어지면 추가 인하도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익실현 나서는 주식투자자들

채권시장에서 흘러 나오는 잇단 경고신호에도 상승흐름을 벗어나지 않던 주식시장도 이날은 큰 폭으로 하강했다. 유럽 대형 업체 50개로 구성된 스톡스 50 지수가 1.8% 하락하는 등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증시가 2% 안팎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9% 급락하는 등 3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럽 경제성장 엔진 독일의 제조업지수가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추락했고, IHS마킷이 집계한 미 제조업 지수 역시 시장의 상승전망이 무색하게 21개월만에 가장 낮은 52.5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투자업체 아문디의 글로벌 총고정수익자산 책임자인 마일스 브래드쇼는 "독일 지표가 대형악재였다"면서 "세계 성장 전망이 의심을 받고 있고,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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