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스타벅스의 진짜 꿈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55

수정 2019.07.30 12:54

[특별기고] 스타벅스의 진짜 꿈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다

2018년 8월, 스타벅스가 ICE의 Bakkt(기관 대상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에 파트너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준다면 비트코인 사용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블록체인 업계에 확산됐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으로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은행이다. 일반 은행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빠른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

왜 ICE는 스타벅스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 답은 스타벅스 앱에 있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앱 자동충전을 유도하고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스타벅스 예치금의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달러(약 1.3조원)로,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은행 예치금보다 많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 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결제 업체는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다.

전 세계에 가맹점이 깔려있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통화로 쌓여있는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로컬은행들은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 예치금도 풍부한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라는 법이 있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사의 예치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타벅스 고위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은행 사업을 도입해 이를 수익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 및 은행의 로컬화 경향은 스타벅스의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이다.

전 세계 17억명의 인구는 은행계좌가 없고, 이 중 2/3는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은 스타벅스의 타깃이 되기 너무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Banco Galicia와 협력을 맺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열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뜬금없이 미국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일까? 만약 스타벅스가 정말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어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할 유인이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장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규제 완화는 철저히 스타벅스 제국의 성장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기업가가 정치에 나서는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 법이다.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된다면 금리가 낮고 은행 인프라가 형편없는 국가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려 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인 스타벅스에 돈을 맡기고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예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충분한 수준으로 커지면 스타벅스는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암호화폐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 금융 산업이 스타벅스가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출범하면 소매금융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 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금융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금융 기관이 견제해야 할 것은 국내 핀테크 업체가 아니라 스타벅스처럼 암호화폐를 활용할 계획을 가진 해외 핀테크 업체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 라는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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