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딸을 잃어버린 아빠는 죄책감에..." 60대 어머니의 오열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5 10:25

수정 2019.03.25 10:48

1988년 9월 1일 서울 상봉동 상봉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된 김은신씨는 당시 볼에 꿰멘 흉터가 있었으며, 목 뒤에 검은 반점이 있다./사진=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88년 9월 1일 서울 상봉동 상봉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된 김은신씨는 당시 볼에 꿰멘 흉터가 있었으며, 목 뒤에 검은 반점이 있다./사진=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식당에서 일할때 같이 있었던 기억이라도 갖고 있으면 좋을텐데, 너무 어려서 기억을 못하겠죠. 가슴에 응어리가 졌어요.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어요."
막내 딸을 5살때 잃어버린 서맹임씨(66)는 여전히 딸을 잃어버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오열했다.

25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은신씨(35·실종 당시 4세)는 1988년 9월 1일 서울 상봉동 상봉버스터미널에서 현장 상인에게 맡겨졌다가 실종됐다.

당시 별거 중이었던 김씨의 아버지가 상인에게 만 4살인 김씨를 맡기고 술을 마신 뒤 딸인 김씨를 챙기지 않고 그대로 귀가했다. 그것이 김씨를 본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1년여 뒤 생을 달리했다.

서씨가 김씨의 실종 사실을 안 것은 김씨가 사라지고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별거 후에는 전북 고창에서 딸을 데리고 식당 일을 했는데, 남편이 '다시 돌아오라'며 찾아와 눈앞에서 딸을 데리고 서울로 가버렸다"며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에게 연락하기도 너무 무서웠고, 내게 (실종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남편을 막았더라면 딸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큰 한으로 남는다고 서씨는 말했다.

서씨는 실종 사실을 안 직후 신문과 방송에 출연하고 전단지도 돌리며 김씨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허사였다. 남편이 김씨를 잃어버린 당시 (김씨가)입었던 옷조차도 알 수 없었다.

제보가 들어올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국 각지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김씨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작은아버지 집에 머물던 아들 2명도 가출하는 등,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너무 살기가 힘들고 답답해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는 서씨의 목소리에는 짙은 회한이 묻어나왔다.


서씨는 마지막으로 "딸을 기르신 분이나 본인이 기억을 해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며 "입양됐는지, 외국에 있는지 살아는 있는지… 한번만이라도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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