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제 살 깎아 먹기 멈춰야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5 17:15

수정 2019.03.25 17:15

[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제 살 깎아 먹기 멈춰야

지난 21일 프랑스 파리 인근 비양쿠르에 위치한 르노 본사. 본사 경영진 앞에 선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물량 배정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14일 본사와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신차 유럽물량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배정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시뇨라 사장이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당초 예정에 없던 파리행 티켓을 끊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곧바로 물거품이 됐다. 시뇨라 사장이 출장에서 업무에 복귀한 25일 노조가 주야 4시간씩 파업을 단행하면서다.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물량 생산지를 기존 부산공장에서 스페인으로 선회한 이유는 르노삼성의 임단협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본사 측은 르노삼성에 3월 8일까지 임단협 타결을 짓지 못하면 후속물량 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실제 지난해 6월 이후 임단협 관련 노조가 벌인 파업은 총 210시간에 달한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손실액만 2100억원가량이다.

그사이 부산·경남 지역의 르노삼성 협력사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르노삼성의 파업으로 일부 협력사의 공장 가동률은 5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노조의 입장은 한결같다.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영과제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르노삼성은 오는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 물량 배정은 실패한 상태다. 일시적 물량감소는 예정된 얘기다. 로그가 생산이 중단되면 우선 부산공장 가동률은 반토막난다. 이를 일시적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로그 대체물량 배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르노 본사는 신차 배정을 위한 요건이 임단협 타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대로 신차 물량 배정이 무산되고, 지속적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현재 수출물량까지 줄어든다면 부산공장 가동률이 3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대의 가동률로 버티턴 한국GM 군산공장이 지난해 결국 폐쇄된 사례를 르노삼성 노조가 돌이켜봐야 할 이유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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