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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R공포에 반도체 쇼크, 풍랑에 싸인 한국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6 16:55

수정 2019.03.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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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악화 예고.. 글로벌 불황으로 겹고통
R공포:경기침체
반도체 쇼크가 코앞에 닥쳤다. 삼성전자는 26일 "1·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3월 실적 잠정치는 4월 5일 발표된다. 삼성전자가 공식 발표를 앞두고 설명자료를 미리 공시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1·4분기 실적이 얼마나 나쁘길래 삼성전자가 선제대응에 나선 걸까. 시장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은 53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7조~8조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영업이익이 7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1년 전 매출이 60조원, 영업이익이 15조원을 웃돈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쇼크다.

싫든 좋든 한국 경제는 반도체로 먹고사는 구조다. 반도체 값이 떨어지면 경제 전반에 주름이 온다. 당장 수출을 보라.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수출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은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월 1~20일 실적도 부진하다. 자칫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출의 덫에 빠지게 생겼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 안팎에서 올 들어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쇼크는 외부 쇼크와 겹쳐서 오는 중이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바람에 세계 경제는 이른바 R(리세션·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였다. 통상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가 더 높다. 돈을 오래 묻어두는 대가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단기 금리가 더 높아진다. 바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20일 연내 금리인상이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만큼 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5일 미국 뉴욕에서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자"고 말했다. 오래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늘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듯 긴장의 끈을 더 조이길 바란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간 재정을 펑펑 썼다.
다행히 세수가 좋아 나라곳간에 펑크는 안 났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장차 세수도 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예산을 선심 쓰듯 쓸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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