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특례시 지정 인구기준에서 벗어나야

정부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자체에 힘을 더 실어주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특례시 지정 검토에 단순히 주민등록 인구 100만 이상을 유일한 척도로 삼은 행정안전부의 개정안은 각 지역의 행정수요나 재정규모, 유동인구, 도시의 특성 등의 전체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커다란 아쉬움이 남는다.

인구 96만명의 도시, 성남시 시장으로서 필자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이번 개정이 단순히 법 개정이 아닌 행정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인구를 기준으로 행정 체계를 분류하는 것이 30년 전의 법이라면, 인구 기준을 넘어 새로운 지향점을 세우는 것이 오늘 우리가 모색할 일일 것이다.

인구는 이제 전반적인 감소 추세로 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30년 후 우리나라의 89개 시·군과 1503개 동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개정안을 보면 100만 인구의 시·군이 100만 이하로 떨어져도 지정이 해지되지 않는다. 조금만 앞을 내다봐도 100만 인구를 기준으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사회가 발전하면서 실제 근무와 관광, 교육 등 여러 가지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은 주민등록 인구와 점차 차이를 보이고 있다.

UN통계국도 상주인구가 도시 서비스의 수요를 잘 설명하지 못할 때 서비스인구(생활인구)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권고안을 이미 2017년 내놓은 바 있다.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행정 체계를 만들면 역동적인 행정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성남시는 인구 96만명으로 인구 100만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4차 산업을 주도하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원도심의 하이테크밸리 단지 등에서 근무하는 80% 이상의 외부인들이 성남시의 행정 서비스를 받고 있다.

새롭게 산업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인구 50만명 시절의 행정 인프라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이 성남시가 처한 현실이다.

2019년 현재 성남의 인구수는 96만 명, 외국인 등록수 1만8천명, 사업체 종사자수 45만명 등 실제적인 행정수요는 100만명을 훌쩍 넘는 140만 명에 달한다.

행정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민원 처리 규모는 이미 전국 최고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최다 민원 접수 기관 톱 5위에는 서울시와 경찰청, 국토부, 기재부에 이어 성남시가 들었다.

기초 지자체로는 1위인 셈이다. 성남시 공무원 한 명이 감당하는 주민 수는 351명으로 광역시인 서울시 192명, 울산시 187명보다 훨씬 많다.


시의 조직이 행정 수요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며, 도시 기능으로 봐도 성남시는 특례시 자격이 충분하다.

성남시가 특례시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다른 국내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특례시는 행정 혁신과 미래 도약의 상징이 돼야 하며 인구 기준을 넘어서 각 도시가 가진 중추성과 역사성, 전망 등을 십분 고려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은수미 성남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