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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주52시간 범법자 나오면 국회가 책임질 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9 17:00

수정 2019.03.29 17:00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3월 국회에서도 물 건너갔다. 다음달부터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어기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채 계도기간이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무더기로 범법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완충장치다. 계절성이 심한 업종이나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신제품 개발 등의 특정 시기에는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나 게임산업 등이 특히 그렇다. 이런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주52시간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이미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 간에 연내 입법키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지각 출범과 노동계 설득 실패, 내부 운영 미숙 등이 원인이었다. 여기에다 정쟁에만 눈먼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이 더해져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런 가운데도 경사노위는 이달 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내용에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합의안은 민노총 등의 반발로 의결하지 못한 채 국회로 넘겨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야 모두 3월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포함한 민생법안들의 회기 내 처리를 호소했다. 하지만 국회는 장관후보자 청문회와 김학의 스캔들 등의 회오리에 휘말려 소중한 시간을 날려보냈다.

이제 기업들은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주52시간 근무제를 맞이하게 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제를 어기는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집중단속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나 근로자들로부터 위반신고가 들어오면 위법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업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경영효율과 투자의욕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정치권은 이 점을 감안해 다음 회기 중 최우선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안을 처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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