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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다" 낯선 남성에게 문자 받은 30대 여성, 출처 확인해보니..

뉴스1

입력 2019.03.31 11:55

수정 2019.03.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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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스토킹 우려…'프라이버시콜' 도입 시급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항상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A씨(30)는 집을 나설 때마다 주위를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SNS 메신저를 받은 이후 생긴 버릇이다.

최근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한다는 한 남성이 '마음에 든다.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냥 문자도 아니고 자신의 번호를 저장해 프로필 사진까지 확인한 후 보낸 SNS 메시지였다.

A씨는 메시지를 받은 이후부터 남자친구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집에 가지 못했다.
갑자기 그 남성이 눈앞에 나타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 소름이 돋았어요. 차량번호, 전화번호, 집까지 노출됐으니 언젠가는 초인종을 누를 것 같아 하루하루가 불안했죠.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꾸미기까지 했어요."

최근 차량에 남겨둔 전화번호가 무작위로 노출되면서 A씨처럼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많다.

낯선 사람에게서 문자가 오는 경우도 많고 무단으로 수집한 번호로 광고하는 스팸 문자는 다반사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악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번호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은 할 수 없어 내 번호가 어디에 어떻게 악용되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의 번호로 낯선 이가 전화를 걸어오더라도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

처벌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실제로 지난 1월29일 광주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이 영업하는 아파트 분양사업 광고에 사용할 목적으로 주차된 차량에서 전화번호를 대량 수집한 남성이 입건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주거침입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검토했지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스스로 공개한 번호이고 보이스피싱이나 사기에 이용한 것이 아니라 처벌할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개인 전화번호를 범죄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프라이버시콜(주차안심번호)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라이버시콜은 주정차시 운전자가 비치한 개인 전화번호를 대신해 명함 식으로 제작된 대표 번호를 통해 차주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프라이버시 콜을 이용하면 발신자는 수신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보이스피싱이나 스토킹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경기남부지방청 시흥경찰서가 '프라이버시콜' 서비스를 도입해 경찰청 주관 2018 정부혁신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시흥서 수사과는 약 6개월간 주민 3005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했고, 시범운영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99.4%의 긍정평가를 받아 4월부터 프라이버시 콜 사업을 확대 실시한다.

만족도 조사 결과 여성 주민 중 안전 문제 때문에 남편 번호를 기재해두던 가정은 불편이 많이 해소됐다고 답했다.

일반 운전자들도 체감상 스팸문자가 확연히 줄었다고 응답하는 등 만족도가 높게 나와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광주시와 광주지방경찰청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프라이버시콜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한 관계자는 "시흥서의 사례를 보고 추진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예산 문제로 실제로 진행되진 못하고 무산됐다"고 말했다.


광주시 인구는 145만명으로 시흥시 45만명보다 3배가량 많다. 정책 추진 예산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전화번호 도용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예산 탓을 할 게 아니라 대책을 찾는 게 올바른 행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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