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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금리인하 하라는 트럼프… 파월은 "아직 아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31 17:35

수정 2019.03.31 17:35

커들로 "0.5%P 내려야"
내년 재선에 집중한 트럼프.. 시장 안정 위해 연준 압박
연준 "과잉 대응이 더 위험"
제롬 파월. 로이터 연합
제롬 파월. 로이터 연합

미국 백악관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리인하 압박을 재개했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에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를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고집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던 트럼프 백악관이 수익률곡선 역전 등 시장이 불안해지자 다시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미 경제가 일단 잘 굴러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연준을 자극하는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은 지금의 관망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향후 경제 지표, 특히 고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다면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지표가 괜찮다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금리, 0.5%포인트 내려"

커들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세계 경제 성장둔화에 맞서 금리를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2.25~2.5%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1.75~2.0%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커들로는 이는 '선제적 조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수익률 곡선 역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경기회복에 어떤 위협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을 인식하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경제 취약성 또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다면서도 그저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연준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대통령의 견해…우리의 견해"라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이렇게 믿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장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이날 연준이 "실수로 금리를 올리"고 자산을 축소하지 않았다면 "세계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과 채권매각을 비난했다.

이는 2016년 대선 기간 연준의 저금리가 시장에 거품을 만들 위험이 있다며 비난하던 트럼프의 이전 입장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백악관의 금리인하 압박은 또 미 경제는 감세와 규제완화 덕에 올해 또 다시 경이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도 모순된다.

■연준 "금리인하, 시기상조"

트럼프는 여전히 파월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커들로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여전히 파월을 의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면서 잠시 뜸을 들인 뒤 "그 문제는 답하지 않겠다. 사적인 대화들이다. 그냥 말하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트럼프는 지난달 커들로의 주선으로 백악관에서 파월과 만찬을 하며 화해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연준 이사로 파월을 강하게 비난했던 스티븐 무어를 앉히기로 해 연준 압박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무어는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뒤 WSJ과 인터뷰에서 파월은 '완전히 무능'하다면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어는 지난주 이같은 입장에서 후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리인상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무어는 또 지난달 25일에는 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지난해 9월과 12월 인상폭 모두를 상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연준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연준은 그러나 백악관의 이같은 압박에도 금리인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WSJ에 "단기지표에 과잉반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잉대응은 자칫 우리 스스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인하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경제가 이를 정당화할 만큼 취약해졌음을 나타내는 더 많은 증거들이 나타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슈카리는 특히 이전 석달 월평균치 18만6000에 크게 못미친 2월의 신규고용 2만 수준이 지속된다면 금리인하가 타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낮은 신규고용이 2~3개월 더 지속된다면 금리인하 주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카슈카리처럼 채권시장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는 아직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은 지금의 관망세가 당분간 필요하다면서도 "내 느낌으로는 어느 시점이 되면 (금리인하보다는) 금리인상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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