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美빅딜-北단계론 사이 접점은…절충안 놓고 남북미 '수싸움'

뉴스1

입력 2019.04.01 16:24

수정 2019.04.01 16:24

지난 2월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광장입구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간판을 바라보고 있다.2019.2.2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지난 2월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광장입구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간판을 바라보고 있다.2019.2.2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4월11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방미
정부 '굿 이너프 딜'로 미국과 북한 설득 나설 듯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7번째 회담은 북미 대화 재개 여부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서로가 아주 거친 비난은 자제하고 있지만 교착이 길어질수록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속한 대화 재개가 능사도 아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협상은 또 다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통해 향후 대북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데 이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30일 미국을 찾은 것은 이 같은 상황 인식을 반영한 행보로 여겨진다.

김현종 2차장은 지난 30일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정상 회의, 어젠다 세팅 위해 (미국에) 왔다"며 "포괄적인 비핵화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겠나.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29일 한미외교장관 회담 뒤 워싱턴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4월11일)정상회담이 동맹 강화 그리고 북핵 문제 공조 강화를 위해 심도 있는 정상간 협의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 준비의 일환으로써 여러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나핸 미 국방부 장관은 1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는다. 회담 뒤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북한은 '단계적, 점진적 동시교환'을 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노이에서 미측은 Δ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 Δ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Δ로드맵 도출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북측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상응조치에 중점을 뒀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지난 29일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에게 건넸다는 소위 '빅딜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이 문서에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정의가 담겨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서에는 "핵 인프라, 생화학전 프로그램과 관련 기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 등의 완전한 해제"가 담겨 있다. 핵무기와 핵연료 이전 이외에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사찰단 방문 허용, 핵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과 신규 시설 건설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와 기술자의 활동을 상업적 분야로 전환이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볼턴 보좌관이 고수해온 '리비아 모델'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리비아 모델'에 대해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지만 비핵화 정의에 대해선 보다 진전된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달 중반에 북미 협상 절충안으로 북한의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마련 이후 단계적 조치 이행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던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전 조율 단계에서 우리 정부는 절충안으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충안의 핵심은 로드맵 작성으로, 비핵화 정의는 로드맵 목표 지점인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이 보인 '살라미' 전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 단계적 이행은 압축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절충안에는 스냅백 조항도 활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2기 체제가 가시화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오는 11일 평양에서 열린다. 여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공조 아래 북한이 북미 협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도 절충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2차장은 "톱다운 방식으로 계속 대화 궤도 내에서 북미, 한국도 포함해서 대화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선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도 먼저 조율해서 만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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