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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3·1 운동, 기념이 아닌 실천할 일이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1 16:56

수정 2019.04.01 16:56

[fn논단] 3·1 운동, 기념이 아닌 실천할 일이다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고 임시정부의 촉발점이 됐던 3·1운동 100주년이 한 달을 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래국가를 향한 새로운 사회기풍을 만들어 보자며 정부와 사회 각계가 나서기에 3·1운동 정신이 이 시대에 새로이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미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3·1운동은 이 나라가 독립국이 돼야 하는 이유와 독립한 나라가 인류를 향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독립선언서를 통해 분명히 했다. 그런 의미에서 3·1운동은 일본 강점에 항거하는 운동이면서 또한 우리 민족이 세우고자 하는 건국정신 선언이었다. 그 정신에 따라 3·1운동 한 달 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그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3·1운동이 우리에게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가 그 정신을 이어받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3·1운동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다.


독립 후 지금까지 온갖 갈등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3·1 독립선언서는 분명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독립선언서는 우리가 독립국이 되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자유민으로서 새로운 기술과 풍부한 독창성으로 세계문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며 '민족의 양심과 국가정의를 세워서 각자의 인격을 발달시키고 우리 후손에게 완전한 행복을 주기 위함'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땅에서는 자유를 억압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다. 누구나 새로운 기술과 독창성을 발휘할 기회를 균등히 가지게 하라 한다. 우리가 양심과 정의에 따른 인격을 함양해 세계평화와 세계민이 누릴 문화를 만들어낼 때야 우리 후손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와 남북의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가 통일을 이루는 길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억압했던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3·1 독립선언서는 분명히 선언한다. '힘으로 누르는 시대는 가고 새롭게 도래한 시대'에서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일본의 잘못된 생각을 과감하게 바로잡고, 우리와도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자'고 요구한다. 민족의 긍지를 짓밟히고 있던 당시에도 우리 선열들은 일본에 철저한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이뤄내 새 세상을 함께 만들자는 인류애적 세계관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이런 우리 선열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스스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힘으로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그들과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들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게 하는 길은 오직 우리가 우리 민족의 문화를 발전시켜 세계문화를 이뤄낼 때에야만 가능하다.


우리는 3·1운동에서 새 나라의 국가비전을 찾지 못하고 저항만을 기억하며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선열들이 말한 세계문화의 실체를 구체화해서 우리의 갈등을 극복할 뿐 아니라 북쪽도 포용하고, 일본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3·1운동을 역사 속에 가둬두고 기념일에 꺼내 보는 과거의 사건이 아닌, 살아 숨 쉬며 통일로 이끌어줄 지름길로 삼을 수 있다. 3·1운동, 100년을 지나며 살아서 뛰어 달리게 하자.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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