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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문턱 낮춘 예타 제도, 부실 난립은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3 17:27

수정 2019.04.03 21:43

앞으로 지방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문턱이 크게 낮아져 사업을 하기 쉬워진다. 경제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평가체계가 바뀐다. 수도권의 경우도 주민 생활편의 등의 사회적 가치에 가점을 줄 수 있게 돼 광역교통망 건설사업 추진이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이 담긴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예타는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미리 사업성을 따지는 심사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국책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1999년 도입된 이래 지난 20년동안 국고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다보니 지방 사업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인구와 돈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에서 지방은 경제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그 결과 비수도권은 사업이 억제돼 국책사업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경제성 배점을 5%포인트 낮추고, 대신 지역균형 배점을 5%포인트 높인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수도권의 주민 생활편의 가점제 도입도 잘한 일이다. 평가기관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외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을 추가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KDI의 부담이 줄어들어 현재 평균 19개월 걸리는 평가 소요기간이 1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번 개편으로 예타 문턱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선심성 부실 사업이 난립해 재원 낭비로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18년(1999~2017년) 동안에는 782건을 심사해 273건을 걸러내 탈락률이 35%였다.
앞으로는 탈락률이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월에도 대규모 예타 면제를 남발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예타 문턱이 낮아진 틈을 이용해 선심성 민원 사업들이 무더기로 추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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