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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득주도성장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3 17:27

수정 2019.04.03 17:27

文대통령 원로 의견 들어 공약 도그마서 벗어나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경제 원로들을 만났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원로들은 대체로 현 정부의 정책이 방향은 옳으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 전 총재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때 분배 모범국으로 통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서슴없이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득격차는 마치 가위처럼 벌어졌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 함께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분류된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성장을 자극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선의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가계소득을 높이려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했다. 그러자 뜻하지 않은 곳에서 파열음이 나왔다. 정부가 임금·고용시장을 강제로 비튼 대가다. 그 결과 오히려 일자리가 줄면서 소득격차는 되레 더 벌어졌다.

경제는 냉정하다. 소득과 성장률을 동시에 높이는 정책은 신기루라는 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시민단체와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 족보는 국제노동기구(ILO)에 뿌리가 닿는다. ILO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국제기구다. ILO 또는 민주노총이라면 얼마든지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설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경제정책으로 타당한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정통 경제학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공짜점심에 가깝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리민복을 얻는 방식이 꼭 그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제3의 길이 있다. 이미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길을 걸어갔다. 시장에 폭넓은 자유를 주는 대신 혹독한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은 국가가 두터운 사회안전망으로 보살피면 된다. 이것이 스웨덴 모델이다.

벌써 문재인정부 3년차다.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원로들의 고견을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버스를 잘못 탔으면 빨리 내려서 갈아타는 게 상책이다.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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