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부 ‘혁신금융’, 기술금융의 데자뷔?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4 17:00

수정 2019.04.04 17:00

[기자수첩] 정부 ‘혁신금융’, 기술금융의 데자뷔?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혁신금융'을 듣자 지난해 '기술금융'의 데자뷔가 떠올랐다.

시중은행에서 수년간 기술금융 평가를 담당했던 취재원을 통해 들은 기술금융의 민낯은 충격적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은 은행별 줄세우기식으로 평가돼 실적 채우기를 위해 담보대출 위주로 실행하며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실제 기술금융 평가도 심도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 은행 내부에선 처음부터 등급을 매겨놓고 심사에 들어간다는 자조 섞인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었으며,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외부기관인 기술신용평가기관(TCB) 역시 대부분 은행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혁신금융에 대해 발표할 때도 기술금융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당국에선 "기술금융에 대해 '금융권도 줄세우냐'는 비판들도 있었지만 지난 2014년 이래 굉장한 성장이 있었다"고 강조했으며 "지난 4~5년간 금융, 은행의 여신심사의 한 큰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현재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기술금융 운영에 대한 비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무작정 기술력 평가를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하면 가능한 일인지 등 많은 의문들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재무지표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용평가 등급을 상향할 경우 평가의 객관성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은행들의 기술평가위원들이 작성하는 보고서 역시 틀에 박힌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해당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기업금융 전담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은행 간 기술금융 줄세우기가 지속된다면 왜곡을 강화시키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컸다.

정부의 혁신금융에 대한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제대로 준비해야만 한다. 기술금융의 폐해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 혁신금융이 제대로 된 실행을 위한 개선점부터 차근히 짚어봐야 한다.
자칫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부메랑처럼 돌아올 건전성 리스크에 대해 더욱 무게감 있게 생각해야 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금융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