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큰소리 녹음하겠다” 상사와 말다툼 공무원...法 "징계 부당"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7 10:06

수정 2019.04.07 10:06

[클릭이사건]
-20년 경력 공무원, 상급자 사무관 지시 따르지 않았다고 견책 징계
-공무원 “의견 제시한 것. 복종 의무 위반 아냐” 
-법원 “법무부 징계 재량권 남용”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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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 중 상급자가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라고 대화를 끝낸 것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은 '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상급자에게 다른 의견 냈다가 '견책'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법무부 공무원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징계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고 봤다.

A씨는 지난해 4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제출한 집행조정신청서를 결재에 올렸다. A씨 상사인 사무관 B씨는 최근 보호관찰대상자 무단 출국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실제 해외여행을 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출입국 조회를 바로 지시했으나 A씨는 다른 날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A씨와 B씨는 논의과정에서 감정적인 대화를 오갔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계속 큰 소리 내시면 녹음합니다”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결국 B씨는 “알았어요.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처음 제안한 당일 출입국 조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법무부는 A씨에게 지난해 10월 ‘직무태만, 상급자 업무행위에 대한 간섭 및 비하 발언, 출입국 조회업무 관련 직무 태만’ 등의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했다. A씨는 반발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해 견책 처분으로 변경했다.

A씨는 “B씨 지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논의 끝에 월요일에 실시하겠다고 하자 사무관이 동의해 의견을 합치했다.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소송을 냈다. A씨는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않은 상급자가 권한을 남용해 징계를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지시 거부라고 단정 못해"
법원은 B씨가 “알았다”고 한 말이 A씨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지시가 원고 제안에 따라 변경 또는 유보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A씨가 출입국조회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상관의 직무상 지시 거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 ‘알았어요,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라는 진술은 비록 대화 중 감정이 격양돼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그 사정만으로 B씨 진술이 원고 제안을 받아들이는 뜻이 아니라, 더는 대화를 나누지 않겠다는 뜻에 불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견책처분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모범공무원 선발 사실이 있고 이는 징계 감경이 가능한 사정에 해당한다”며 “징계사유 관련해 비위 정도가 약한 경과실인 경우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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