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정책, 정부의 '자승자박'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8 16:39

수정 2019.04.08 16:39

[기자수첩] 부동산정책, 정부의 '자승자박'

지난달 말 '정권의 입' 대변인이 돌연 사퇴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이 취임 이후 관사에 살면서 재산 전부에 10억원 넘는 대출까지 일으켜 재개발 지역 상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여론이 들끓자 김 전 대변인은 하루 만에 사퇴를 결정했고 청와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41%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김 전 대변인을 비롯,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밝혀진 인사문제가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부동산에 극도로 예민했다.
전문가들과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강도의 규제책을 쉼없이 쏟아냈다. 평균 두달에 한번꼴로 쏟아지는 대책의 핵심은 '집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이 아닌 투자도 모두 투기로 간주됐다. 다주택자를 투기꾼, 악으로 설정하고 벌인 전쟁은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법을 저지르지 않고 자산을 모은 사람들도 투기꾼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상가 취득 과정에서 아무런 불법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통할 수 없다. 30년을 무주택자로만 살았다는 말은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는 고액전세자에 대한 과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다.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가를 구입했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건물 하나 없이는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초불안 사회라는 걸 고백한 셈이다. 정부가 압박했던 다주택자들도 노후를 위해 발품 팔아 매물을 찾고 주변을 연구하고 종잣돈을 모아 내집을 마련하고 그렇게 얻은 시세차익으로 다시 자산을 불린 것이리라. 김 전 대변인의 변명이 받아들여지려면 그렇다는 말이다.

김 전 대변인 사건 후폭풍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사람이 그동안 주택으로 20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봤다는 비판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제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이기만 해도 낙마 위험성을 안고 가게 됐다. 후보를 내세우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불법이 아닌 투자도 다 투기로 몰아세운 이 정부의 자승자박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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