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현재와 미래]

1년짜리 숨가쁜 협상… 韓, 8개월내 '트럼프 장벽' 깨뜨려야

10차 협정 우여곡절 끝 마무리..한국 분담금 처음으로 1조 넘어..내년 몫 결정할 협상 연내 끝내야
"韓, 이미 충분히 부담하고 있다"..미 의회 설득하고 여론 조성..정부 철저한 사례 연구 병행을

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우여곡절 끝에 이달로 마무리되면서 이제 한·미 양국은 내년도 몫인 11차 협정 협상을 준비하게 됐다. 10차 협정에서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내년에 적용될 분담금을 정하려면 8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국 제일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취임 이후에도 미군의 안보참여에 대해 동맹국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1차 협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0차 협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준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향후 한국에 '주둔비+50%'를 요구할 것이라는 설이 퍼졌던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미국의 분담금 압박이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안보에서 미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적정한 부담이 필요하다는 논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이 문제는 군사·안보적 기밀이 있어 연구도 어려워 정부 측면에서 철저한 '사례연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 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입장을 바꾸기 위해 청와대나 정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고, 미국 조야에 한국이 분담금 부담을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조직화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차 협정, 최대난제는 '트럼프'

11차 협정에서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산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미국 제일주의를 어떻게 넘어서느냐다. 방위비 문제에 정통한 전직 관료나 교수·전문가들은 미국 관리들도 한국이 분담금 부담을 상당히 많이 한다는 것을 잘 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방위비협정 협상에 나서는 미국측 실무진과 관리들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지만 행정부 최고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의중을 살펴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담금 방향성에 대해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해외주둔 미군이 용병이냐'는 등 반대 목소리가 있고, 미국 의회에도 한국을 이해하는 입장이 있는 만큼 미국 의회 쪽에서 여론 조성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트럼프식 협상을 우려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있고, 특히 협상을 벌이는 미국 측 실무진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강경해서 실무선 협상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 성격이 있지만 여기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도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상 간 해법 찾기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문 대통령이 어떻게 설득을 하더라도 동맹국의 부담을 늘려 미국의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한국이 많은 분담금 부담을 지고 있고, 막대한 미국 무기를 구입하며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하는 비용 역시 별도로 냈다는 것이 전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양한 사례연구 절실해

올해 안에 11차 협정을 끝내려면 남은 시간은 약 8개월이다. 현행 총액형 방위비분담금을 일본처럼 소요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전략자산 전개 같은 작전지원 항목 신설이나 미집행 현금 축적 같은 당면한 과제를 풀기에는 매우 촉박한 시간이다.

시간도 부족하지만 협상에 나서는 우리 정부가 대응논리를 세우기 위해 참고할 연구가 없다는 것도 어려운 지점이다. 즉 협정을 잘 풀어나가기 위한 정부와 학계의 다양한 사례연구가 필요하지만 군사·안보 기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성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 센터장은 "방위비와 관련된 내용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민간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케이스 연구가 상당히 제한된다"면서 "한국국방연구원 등 정부 관련 연구기관이 트럼프 변수와 쟁점에 대한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행 분담금체계인 '총액형'으로 계속 가야 하는지 아니면 일본처럼 소요형으로 가야 하는지 말들이 많지만 유불리에 대한 연구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현재 시간이 촉박하지만 트럼프라는 변수와 포스트 트럼프를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리적 비판여론' 조성을

전문가들은 11차 협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국민 여론이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잘 이용할 경우 협상력을 제고할 방편이 될 수 있지만 한·미 동맹이라는 큰 틀을 흔드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지갑을 열어야 하는 한국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부담을 강요하는 미국의 협상전략에 대한 비판이 국회나 시민사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 지켜볼 뿐이지만 이 같은 여론은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성문 센터장은 "국회나 시민사회의 합리적 비판은 물론 11차협정 협상 외곽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감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반미운동 같은 한·미 동맹의 부정적 이슈로 발전할 경우 협상 자체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불안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