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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낙태죄 폐지는 시기상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0 17:31

수정 2019.04.10 17:31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2017년 2월 한 산부인과 의사가 관련 규정을 담은 형법 조항을 걸어 헌법소원을 낸 지 2년2개월 만이다. 형법 269조는 낙태한 여성, 270조는 의료인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7년 전 헌재는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봤다. 이번에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찬반 양쪽 모두 헌재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낙태는 찬반이 또렷이 갈린다. 낙태를 반대하는 쪽은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운다. 종교계가 대표적이다. 반면 낙태죄 폐지론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운다. 여성단체가 대표적이다. 낙태는 개인 가치관의 문제다. 따라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낙태 논란은 수십년 묵은 이슈다. 미국을 보면 여전히 낙태를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맞선다.

우리 역시 정부 안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에서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인권위원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지난달에 냈다. 반면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책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 형법 규정은 합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헌재가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간통죄 폐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헌재는 2015년 형법상 간통죄를 62년 만에 폐지했다. 그 전에 헌재는 1990년·2001년·2008년 세차례에 걸쳐 간통죄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합헌이 위헌으로 바뀌는 데 25년이 걸렸다. 생명이 걸린 낙태죄는 간통죄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다. 좀 더 진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내년 봄 총선이 좋은 기회다. 주요 정당이 낙태 찬반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보길 바란다. 2022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뜻을 한번 더 물을 수 있다.
법무부는 "필요하다면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낙태의 허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설득력 있는 제안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낙태 이슈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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