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극명히 갈린 헌재 앞 표정…"위헌판결 환영" vs "부끄러운 결정"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1 16:10

수정 2019.04.11 16:10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11일 오후 2시 45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 도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던 낙태죄 폐지 찬반 집회장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문 우측에서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던 참석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낙태 반대 집회자들은 결정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했다.

■극명하게 갈린 반응...'환호' '침묵'
경찰은 양측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 150여명을 배치했으나 물리적인 충돌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 집회를 벌이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직후 "국가가 여성을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했다"며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존중받는 역사적인 초석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낙태죄 헌법불합치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감격한 표정으로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감정이 벅차오른 듯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도 있었다.

이들은 '위헌판결 환영한다, 우리는 승리했다'는 구호를 외친 뒤 '낙태죄는 위헌이다'라고 연호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지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그간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여성을 아이를 낳는 도구로 보는 조항이라고 비판해 왔다.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 상황을 확인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 상황을 확인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던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집회자들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순간 당혹스러운 듯 침묵했다.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말이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2012년 결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고 해 놓고, 이제는 존중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신경전...국가 대책 촉구
그러면서 "수정된 순간부터 태아는 생명"이라며 "사랑과 책임으로 아이들과 가정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론자들은 태아 초음파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국가는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보전하라', '안전한 출산·양육 환경을 마련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국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폐지 반대론자들이 "(헌법불합치 결정은) 기뻐하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발언하자, 찬성 집회 측이 "우리는 기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한쪽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면 '맞불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다.

한 낙태죄 폐지 반대론자는 환호하는 찬성론자들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가 7대 2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낙태죄에 대한 판단은 7년만에 바뀌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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