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버닝썬 논란,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1 17:26

수정 2019.04.11 17:49

[기자수첩]버닝썬 논란,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

'버닝썬 나비효과'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비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을 충격적으로 바라보던 대중의 시선은 점차 식어가는 듯하다.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냉소적인 댓글이 잇따른다. 연이어 터지는 스캔들에 무뎌진 탓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연예인들이 낳는 논란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경찰관과 강남 클럽 간 유착 의혹의 진실이다.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던 경찰청장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버닝썬 유착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2명에 불과하다. 입건 후 열흘이 넘어가지만 수사는 제자리다. 그나마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을 뿐이다.

취재기자들도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주 목요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진행하는 버닝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항상 공권력 유착 관련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밖에는 들을 수 없다. "이럴 거면 기자간담회 왜 하나"라는 일선 기자들의 푸념이 나올 만하다.

경찰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버닝썬 논란은 여론에 비해 드러난 혐의점이 적고, 마약 수사는 인지수사로 진행되는 만큼 진행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 수사만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라는 설명이다.그러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유착 관련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야 한다. 지금같은 모습은 분명 대중들에게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신뢰를 주기에 부족하다.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지시를 통해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인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며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도 오히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관 유착 의혹을 '가장 알고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의혹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좌절은 더 깊어질 것이다.
경찰이 "명운을 건" 수사를 펼쳐야 하는 이유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사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