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인구감소는 국가 재난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규모 500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광은 짧은 춘몽으로 끝날 것 같다. 인구 감소 때문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했고, 출생아수가 사망자수를 밑도는 인구 자연감소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총인구 규모는 2017년 5136만명에서 2067년 3929만명으로 줄어들고, 고령화로 인해 중위연령이 이 기간에 42세에서 62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늙고 작은 노소(老小)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일찍이 인구감소를 국가의 자살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만큼 인구의 적정한 규모와 연령별 구성 유지가 한 나라의 융성과 발전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소국가가 되면 내수기반이 위축된다. 창업과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고, 제조업은 쇠퇴한다. 노인부양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노인빈곤 문제는 더 악화된다. 복지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국민연금기금은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 것이다.

해법은 출산율 제고다. 역대 정부는 출산장려를 위해 출산휴가, 육아휴직, 아동수당 등을 도입하거나 확대해왔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는 여전히 고비용을 요구한다. 이런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육아비용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아동수당 지급으로 출산을 장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출산과 보육 및 교육에서 저비용구조로 대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적 서비스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증가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높은 가사노동 비중, 육아휴직 후 직장 복귀 시의 불이익 등이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한다. 그러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동시에 높은 나라도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사노동 분담 문화와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 해소, 가사와 직업의 병행을 가능케 하는 시간제 정규직 확산 등 제도개선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바꿔야 할 것이 또 있다. 혼외출산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혼외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에 불과하다.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다. 통계청의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미혼의 경우 남성 36.3%, 여성 22.4%에 불과하다. 젊은 세대는 결혼을 기피하는데, 사회는 혼외출산을 받아들이는 제도를 만들지 않는다면 출산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거도 법적 부부와 같은 그리고 혼외출산 아이들에게도 법적 부부가 출산한 아이들과 동일한 법적 보호와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부양가족 공제, 건강보험 부양가족 인정, 배우자 출산 및 육아 휴직, 주택청약 혜택 등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변화는 뿌리 깊은 유교문화와 갈등을 초래하겠지만 나라의 융성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인구감소는 미세먼지 못지않은 국가재난이다. 대책도 복합적이다.
제도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하려고 2005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이원덕 이수포럼 회장·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