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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대통령 귀국길, 발걸음이 무겁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2 16:59

수정 2019.04.12 16:59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12일(한국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발걸음은 무거울 법하다. 양국 간 북핵 해법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없어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입장을 파악해 달라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미·북 정상 간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교착된 핵협상의 동력을 되살린 건 퍽 다행스럽다.

워싱턴 회담에서 양국의 공동발표문은 없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을 수행하겠다며 문 대통령은 이른바 '굿 이너프 딜'을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특히 트럼프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금강산관광·개성공단 가동 재개 여지도 차단했다. 더욱이 때마침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포기 의사가 아니라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돌파' 의지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대미 비난을 자제하면서 협상판은 깨지 않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건 위안거리다. 김영철·리용호·최선희 등 대미라인을 국무위원으로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워싱턴 회담에서 '선(先)제재완화 후(後)비핵화' 중재안은 트럼프 정부에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미국만 설득하려 할 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김정은의 자세 변화를 유도하는 게 나을 것이다. 어쭙잖은 중재보다 비핵화 대상과 범위, 시기를 명확히 못 박는 포괄적 일괄타결안이 필수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은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허장성세로 얻을 게 대체 뭘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분명한 한 시간은 북한의 편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대도를 걸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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