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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뒤집은 역전승..'후쿠시마 고등어' 밥상에 안 오른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2 17:23

수정 2019.04.12 17:23

WTO, 후쿠시마 수산물'위험'
일본 측 차별 근거는 잘못 "방사능검사 수치만으로는 제3국과의 차별 주장 못해"
1심 뒤집은 역전승..'후쿠시마 고등어' 밥상에 안 오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 수산물 수입이 앞으로도 전면 금지된다. 명태·고등어 등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이 대상이다. 또 일본산 모든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확인되면 검사증명서를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12일(이하 현지시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합치 판정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2심제인 WTO 최종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한·일 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분쟁은 우리측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일본이 우리를 상대로 "WTO 협정 위배"라며 제소한 지 4년 만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패소 판정을 내린 WTO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수입금지 철폐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日 수산물 항구적 수입금지"

이날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WTO 판결로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항구적으로 계속 유지된다. 우리의 '식품검역 주권'을 계속 지키겠다. 아울러 이번 건이 한·일 외교통상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WTO 상소기구는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WTO 상소기구는 지난해 2월 1심 당시 일본 측이 제기한 4개 쟁점(차별성·무역제한성·투명성·검사절차) 중 일부 절차적인 것(투명성 중 공표의무)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패소한 1심을 뒤집고 1년 만에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국가 간 식품·위생 관련 분쟁에서 피소국이 1심 패소 후 최종심에 승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심 패소 이후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통상전문가 중심의 분쟁대응팀을 가동해 상소심리에 적극 대응한 결과다.

이와 관련,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이번 건이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거라고 생각해 최악의 경우(패소)도 상정하고 준비해왔다. (지난해) 1심 패널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판단한 부분이 있는데, 인접국으로 단순히 '수산물'만이 아닌 '환경생태' 부분을 고려해 (방사능을) 더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상소심에서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 이번 판정을 뒤집은 (결정적)이유가 됐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차별성'의 경우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 최종심에서 인정됐다. 앞서 1심은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검사 수치를 기초로 일본과 제3국의 위해성이 유사한데도 일본산 식품만 수입을 규제하는 것은 SPS 협정상 금지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소심에선 일본과 제3국의 상황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만 고려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정했다.

또 다른 쟁점인 '무역제한성'의 경우 최종심에서 한국의 적정한 보호수준(ALOP) 중 2개의 다른 정성적 기준(자연방사능 수준, 달성 가능한 최대로 낮은 수준)을 같이 검토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정량적 기준만 적용해 한국이 지나치게 무역제한적 조치를 한다는 판정을 파기했다.

이 밖에 WTO 상소기구는 피소국(한국)의 잠정조치 여부에 대해 제소국인 일본이 제기하지도 않은 사안을 판단한 것은 패널의 월권이며 잘못된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정했다.

■'방사능검사 증명서'도 계속 요구

이번 WTO 판정에 따라 우리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1년부터 지속해온 일본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금지도 계속된다. 또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17개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2011년 3월 원전사고 직후 우리 측은 후쿠시마 8개 현 수산물 50품목, 농산물 13개 현 26품목 수입을 금지했다. 또 일본산 식품(농산물, 가공품) 수입 시 세슘검사 결과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추가 17개 핵종 검사를 요구했다.

2년 후인 2013년 8월 일본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유출 사실이 확인되자 우리 측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모든 수산물, 14개 현 27품목의 농산물로 수입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핵종검사 요구대상도 수산물, 축산물을 추가했다. 일본산 세슘기준(100㏃/㎏)도 크게 강화했다.

2만~3만t이 수입되던 일본산 명태와 고등어는 수입제재 이후 10분의 1가량(3000t 이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통관이 거부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2011년 3월 이후 지난달까지 국내에 수입된 일본산 식품은 총 25만1956건, 91만4132t 규모다. 이 중 기준치 이하 미량의 방사능 검출로 통관된 식품이 146건, 3020t이었다.
반송된 식품은 202건, 205.8t에 달했다. 방사능 미량검출로 통관된 제품보다 반송된 건이 더 많았던 셈이다.
올해 1·4분기에도 2건의 일본산 가공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반송됐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이보미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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