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잔나비'

'잔나비'라는 이름의 밴드를 알게 된 건 대입수험생 아들 때문이다. 1992년생 원숭이띠 남자 5명이 모인 밴드여서 잔나비(원숭이의 순우리말)란다. 아들은 차에 탈 때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애잔하게 멜로디를 이어가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전설' 같은 곡들이다. 스물일곱살 청년들이 만든 노래치고는 꽤 예스러운 감성이 느껴져 듣기에 편안했다.

음원차트 1위를 찍었다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들의 레트로(복고) 감성은 더욱 확실해진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듯한 이 뮤직비디오에는 오래된 책과 낡은 LP판이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1976년 탐구당에서 출간한 '낭만주의 영시(英詩)', 1982년 출시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같은 노래를 히트시킨 그룹 산울림의 8집 앨범, 1986년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선우휘 소설집 '쓸쓸한 사람' 등이 그런 것들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오는 이런 오래된 물건들에서 10~20대 젊은층은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끼는 듯했다.

감성 충만한 시적인 가사도 남다르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남몰래 펼쳐보아요." 이런 80년대 발라드풍의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가사는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노래에선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작사·작곡과 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의 리더 최정훈은 2009년 나온 폴더형 2G폰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5G시대에 SNS도 안되는 2G폰이라니.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노래하는 그들답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를 강타할 트렌드의 하나로 '뉴트로(New+Retro)'를 지목한 바 있다.
뉴트로란 과거를 무조건적으로 재현하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옛것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는 '새로운 복고'다. 이는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세련된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이들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