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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제주 2공항을 둘러싼 우려와 기대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4 17:34

수정 2019.04.14 17:34

[차관칼럼] 제주 2공항을 둘러싼 우려와 기대

제주도에 비행기가 뜨고 내린 지 벌써 70년이 넘었고, 국제공항으로 자리를 잡은 지도 반세기에 달한다. 올레길 탐방, 제주 살아보기 열풍 등 우리 국민의 제주사랑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져 제주를 오가는 발걸음도 나날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이용객도 증가해 이제는 안전하고 편리한 항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 수용범위를 넘어서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600만명이 정원인 제주공항을 2945만명이 이용했다. 평소에는 2분에 한 대씩, 연휴에는 1분43초마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제주공항은 단일 활주로로 운영되는 전 세계 공항 중 2번째로 혼잡하며,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항공노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오랜 고민과 검토 끝에 2015년 11월 성산읍에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제주공항 확장과 공항 폐쇄 후 신공항 건설, 기존 공항을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3가지 방안 중 소음피해와 환경훼손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업발표 후 제주 지역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으로 입지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명백히 해소하기 위해 2017년 10월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수많은 SOC사업을 추진해온 정부 입장에서는 유례없는 결정이었다.

지난 6월부터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입지선정 과정에 오류가 없었는지 샅샅이 검토했다. 정부와 제2공항 반대위원회 측이 함께 참여해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검토위원회도 3개월간 운영했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해 말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반대의 목소리에 한 번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이번 주부터 2개월간 검토위원회가 다시 운영된다.

제주 제2공항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은 복잡, 다양하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오랫동안 계속돼온 교통불편이 해소되고 제주 지역에 또 다른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크다. 반대로 더 이상 방문객이 늘어나면 제주도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교통혼잡이 심화될 것이라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걱정과 지역사회가 해체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하는 사항이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적정한 환경 수용능력을 검토하고 필요시에는 각종 생활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제2공항 건설예정지에서 오랫동안 삶을 일궜던 주민을 위한 이주단지 조성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공항과 연계한 일자리와 소득 창출 등 새로운 기회 제공도 가능할 것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지연되던 기간 제주공항은 폭설로 수차례나 운영이 중단됐고, 많은 사람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제 곧 다가올 여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주를 향하는 비행기 표를 잡기 위해 전전긍긍할지 마음이 무겁다.

문득 20여년 전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던 제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자유도시를 육성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자유도시의 정의가 무엇인가.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동북아 중심도시' 아니었나. 지금의 제주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적정 수준의 공항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돼야만 하는 이유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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