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문정부가 경제무능론 프레임을 깨려면

노동계와 환경단체 설득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탈원전 정책 중단 선언하길

'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프레임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올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부진' 판정을 내렸다. KDI는 전통적으로 민간기관들에 비해 정부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해온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런 KDI가 경기부진 판정을 내린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메르스 사태에 버금가는 경제난국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경제무능론 프레임과 맞물리면 최악이다. 태풍처럼 가공할 위력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쓸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노무현정부 데자뷔다.

당장 내년 총선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128석으로 자유한국당(113석)보다 15석 많은 원내1당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이후는 예측불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한국당에 원내1당 자리를 내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1년 안에 민심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민심은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장사가 잘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살림이 나아지면 훈훈해지고, 반대로 살림이 팍팍해지면 흉흉해지는 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구보수 세력이 경제무능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경제무능론 프레임은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결과다. 그것을 깨려면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정책설계자들은 포용(양극화 해소)을 구현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친환경을 도모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정책을 시행해보니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더니 저소득층 소득이 줄었고, 원전을 폐쇄하자 미세먼지가 더 기승을 부렸다. 목표와 수단이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았다. 정책수단 구성에 무리가 있었다. 문재인정부는 너무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다.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주문하고 싶다. 포용과 친환경 정신을 지키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을 버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4·3 보궐선거에서 혼쭐이 났다. 촛불정부라는 유리한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무능론 프레임에 갇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경제무능론을 불러들인 근본 원인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있다.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을 꼽는다면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이다.

대통령이 신념을 갖고 자기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귀는 열려 있어야 한다.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순간 신념은 맹신이 된다. 그런 맹신은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권에도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유권자들은 4·3보선에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쓴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되레 몸에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다. 소득주도 맹신과 탈원전 맹신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언어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경제원로들을 초청해 정책방향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들었다. 대통령 앞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목전에 닥쳤다.
이것을 정책 전환의 터닝 포인트로 삼기 바란다. 대통령이 동결을 선언하고 노동계 설득에 나서야 한다. 경제무능론 프레임을 깨려면 적극적 변화가 필요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