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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한전 사장 ‘김종갑의 1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11

수정 2019.04.16 08:48

[여의도에서] 한전 사장 ‘김종갑의 1년’

한국전력 사장 김종갑의 '비상경영'이 1년을 맞았다. 김종갑은 한전 사장에 취임(2018년 4월 13일)하면서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비상경영을 하겠다고 했다.

'김종갑의 1년', 세가지만 짚어보겠다.

첫째, 실적이다. 그가 취임하던 해는 물론이고, 올해도 한전 이익은 적자가 확실시된다. 한전은 지난해(연결기준) 영업적자 2080억원, 당기순손실 1조1508억원으로 6년 만에 적자였다.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안'을 보면 올해 예상되는 영업적자(2조4000억원), 순손실(1조9000억원)은 더 많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김종갑의 임기 3년 중 2년은 '적자'다. 한전이 설명한 이유는 전기를 팔아 번 돈보다 연료비(2018년 3조6000억원), 전력구입비(4조원)가 올랐기 때문. 지난 1월 김종갑은 "원가 이하로 판 전기가 4조7000억원, 정책비용(신재생에너지 자금 보조, 탄소배출권 거래 등)이 6조원이나 됐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은 원전 이용률이 올해는 전년(66%)보다 10%포인트 오를 것이라는 전망. 정부 정책과 한 고리로 엮여 있는 한전이 스스로 해소할 '출구'가 없으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2조원 정도 절감한다 해도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것, 30년 민·관을 오간 김종갑은 잘 알고 있다.

둘째, 전기요금 개편이다. '탈원전=원가 상승=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프레임에서 지난 1년, 한전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김종갑은 "콩(LNG·석탄 등 발전 원료)보다 두부(전기요금)가 싼 꼴"이라며 값싼 심야전기(경부하)를 펑펑 써대는 대기업 공장, 농업용 전기가 워낙 싸다보니 경유로 온열하던 설비를 전기로 바꾼 대형 바나나농장 등을 꼬집어 "전기요금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했다. 시장 왜곡이 있다면 고치는 게 맞다. "한전의 수익 중립 선에서 전기요금 왜곡을 시정해야 한다"는 '공공성-원가효율성의 균형' 명분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작 한전과 정부는 자의든 타의든 '탈원전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꼴이다. 전력 호황 때는 침묵하다가 경기침체가 확연한 지금, 전기요금을 개편하자니 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자초한 일이다. 누군가(예를 들면 누진제 1구간(월 200㎾h 이하) 956만가구 및 산업용 경부하전기 사용기업)는 공제받고 값쌌던 전기요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한전의 손실은 정부의 탈원전 반대 논리를 강화시킨다. "문재인정부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관료의 말만 퍼덕거린다. '김종갑의 한전'은 이에 상응하는 관료화된 '공룡 조직'을 적기에 쇄신하고 있는가. 더 솔직해져야 한다. 김종갑은 '관료사회의 비효율, 불통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2008년 공직 퇴임 때 쓴 반성문).

셋째, 한전의 리더십이다.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 발전사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사업 독점적 지위 무산 논란 등 자회사들의 이슈는 꼬리를 물었다. 이런 자회사의 궂은 일에 한전은 물러서 있지 않았나. 중요한 현안에서 모회사 한전은 '사회적 책임'의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을 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2022년 5월)와 오롯이 임기(2021년 4월)가 같은 한전 사장은 김종갑뿐이다.
그의 평가가 '문재인정부, 한전의 성적표'다. 1년 전 "트레킹 할 힘이 남았으면, 한전에 다 쏟아붓겠다"(취임사)고 했던 김종갑은 그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가 됐다.
시간이 많지 않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차장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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