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화마에 사라진 860년 문화유산… 세계 곳곳서 탄식 이어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6 17:49

수정 2019.04.16 17:49

佛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당국, 사고로 규정 "방화는 아냐"
첨탑 보수공사 원인으로 추측
지붕 ⅔ 소실 첨탑 무너졌지만 보관중이던 유물은 상당수 회수
마크롱, 재건 위한 모금운동 선언英·獨·터키·스페인 등 각국 위로
'파리의 성모'가 불탔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상부 첨탑과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6시50분께 발생한 화재는 자정이 넘어서야 꺼졌고 첨탑 전체와 지붕 3분의 2를 태웠다. 현지 검찰은 화재 원인을 방화나 테러가 아닌 사고로 간주했으며 외신들은 화재가 지난해부터 진행했던 첨탑 보수공사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했다. 성당 내 보관 중이던 각종 유물들은 대부분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AP연합뉴스
'파리의 성모'가 불탔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상부 첨탑과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6시50분께 발생한 화재는 자정이 넘어서야 꺼졌고 첨탑 전체와 지붕 3분의 2를 태웠다.
현지 검찰은 화재 원인을 방화나 테러가 아닌 사고로 간주했으며 외신들은 화재가 지난해부터 진행했던 첨탑 보수공사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했다. 성당 내 보관 중이던 각종 유물들은 대부분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자랑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현지시간) 화마에 크게 파손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탄식과 한숨이 흘러나왔다. 파리 당국은 이번 화재를 일단 사고로 규정했으며 성당 지붕 대부분이 손상됐지만 성당 안에 보관 중이던 유물 상당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 첨탑에서 시작된 불은 오후 6시50분 무렵에 시작돼 자정이 넘어서까지 지붕을 태웠다. 장 클로드 갈레 파리시 소방청장은 "불이 지붕의 3분의 2을 태웠다"면서도 성당의 주요 구조물들을 보존됐으며 성당 전면부의 탑들은 불길을 피했다고 발표했다.

■공사중 사고 추정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내부 관람 마지막 시간인 오후 6시 30분 무렵에 갑자기 대성당 문이 닫히며 관람객들의 입장이 중단됐고 직후에 96m 높이의 첨탑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대성당 뒤쪽 지붕 위에 솟아있던 첨탑은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 뒤에 지붕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1163년 루이 7세의 명령으로 공사를 시작해 약 100년만에 완성된 노트르담 성당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부분적으로 부서졌고 1845년부터 25년간 보수공사를 거쳤다. 공사를 지휘한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뒤크는 기존 첨탑을 더 크고 화려하게 증축했는데 당시에도 이를 두고 건물 원형을 해친다는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첨탑은 세월이 지나면서 부식됐고 건물 전체의 구조를 망가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첨탑을 포함해 대성당 곳곳을 복원하는 대대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검찰은 15일 발표에서 일단 방화나 테러 가능성을 치워두겠다며 이번 화재를 사고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공사비로 600만유로(약 77억448만원)가 투입된 첨탑 보수공사가 화재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같은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찰 등 시 당국의 노력으로 대성당내 보관 중이던 "가시면류관과 루이 9세의 상의 등 주요 작품들이 이제 안전한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그르구아르 파리 부시장은 소방대원들이 대성당에 있던 다른 유물들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밤새 벽면에서 그림들을 떼어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다만 화재로 인해 '숲'이라고 불렸던 대성당 천장의 목재 구조물은 불타버렸다. 화재 진압과정에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투입된 소방관 중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재건 다짐 마크롱···각국 유감

화마가 대성당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바라보던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화재 소식을 듣자 '노란조끼' 시위대 관련 연설을 취소하고 바로 사건현장으로 달려가 화재를 국가적인 비상사태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며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국가적인 모금운동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학이며 상상력이다"며 "이곳은 역병과 전쟁, 혁명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우리 삶의 중심이었다"면서 재건을 다짐했다.

화재 이후 바티칸도 성명을 내고 "끔찍한 화재가 프랑스와 세계 기독교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파괴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화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복원을 위해 프랑스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오늘 밤 프랑스 국민, 노트르담 대성당의 끔찍한 불길과 맞서는 긴급구조대와 마음을 함께 한다"고 적었으며 독일과 스페인 정부도 잇따라 유감을 표했다. 이슬람권인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노트르담 대성당같은 건축의 정수가 파괴된 것은 전 인류에게 막대한 손실이다"고 썼다.

무역전쟁 등으로 유럽 대륙과 사이가 좋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화재를 언급했다. 그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발생한 화재를 지켜보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
아마도 공중에서 물탱크 같은 것을 이용해 불을 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반드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소방당국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낮은 고도에서 물을 뿌리면 대성당의 구조가 약화되어 주변 건물이 연이어 무너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박을 줬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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